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내세운 각종 복지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국민행복 재원)은 총 135조원. 정부는 매년 27조원씩, 임기 5년 동안 이 정도 규모의 재원을 마련해 복지공약 이행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세율인상 등 직접적인 증세 없이 지하경제 양성화, 세출 구조조정, 비과세·감면 정비 방안 등을 중심으로 복지재원을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새 정부는 국민들에게 추가적인 세금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해 정부의 예산지출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제대로 거두지 못하고 있는 세금을 철저히 징수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하는 복지공약 실현 및 복지재원 마련을 담당할 새 정부의 초대 장관들도 속속 임명되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청와대 인왕실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새 정부의 초대 장관 13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박근혜 내각이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14일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병관 국방부 장관의 경우도 국회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은 불발됐지만, 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여 조만간 정상적인 장관 업무에 돌입할 전망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을 시행하고 총 135조원에 달하는 복지재원을 마련하는데 핵심 역할을 담당할 박근혜 내각의 가장 큰 특징은 아이러니하게도 '탈세'다.
이미 임명된 장관들과 임명장을 기다리고 있는 내정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박근혜 내각의 또 다른 이름은 '탈세내각'이다.
실제로 현재까지 새 정부의 장관 및 후보자 가운데 무려 12명이 탈세 및 세금 탈루 의혹에 연루됐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그동안 제대로 내지 않았던 세금을 부랴부랴 납부한 인사도 4명에 달한다.
특히 우리나라 조세정책은 물론 경제정책 전반을 총괄할 중책을 맡게될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자녀들에게 억대 아파트를 증여하며 편법 증여 의혹을 받았고, 실제로 상당한 금액의 증여세 등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던 사실까지 밝혀졌다.
현 내정자는 지난 2월17일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지명된 이후 바로 다음날인 18일에 증여세 등 세금 1000만원 가량을 서둘러 납부한 바 있다.
윤상직 지식경제부 장관도 자녀들에게 금융자산을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을 받아 세금을 뒤늦게 납부했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도 그동안 납부하지 않았던 세금을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지각납부'하며 구설수에 올랐다.
아무리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모범납세자라 할지라도, 이 세상에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헌법에 명시된 신성한 '납세의무'를 지키는 일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의무다.
특히 국민들로부터 '혈세(血稅)'를 거둬 나라살림을 운영해야 하는 공직자라면 그 누구보다 세금을 더 성실하고 정확하게 납부해야 한다.
자신은 세금을 납부하지 않으면서 국민들로부터는 세금을 거둬 국정운영에 쓴다는 사실을 성실납세를 실천하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박근혜 정부는 향후 5년 동안 135조원의 복지재원을 증세 없는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감면 정비 등을 통해 조달한다는 방침이지만, 결국 이 돈도 일반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다.
사회 지도층에게 요구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전쟁에 참전해 목숨을 내놓거나, 수십 수백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사회에 기부하는 등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국민들도 장관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에게 이와 같은 과도한(?) 바램은 갖지도 않는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나라살림을 운영할 고위공직자에게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최우선적인 도덕적·법적 의무는 '성실납세'다.
박근혜 정부 관계자들이 이번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해 드러난 각종 탈세 의혹들을 반성하고, 다시 한번 성실납세의 중요성을 마음에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