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LH,'투기등급 기업'이 돈먹는 국책사업 떠맡아

LH의 자산구조와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입이 벌어진다.

자산은 160조원으로 삼성전자와 1,2위를 다투는데 매출은 15조원으로 삼성전자의 10분의 1도 안된다. 이렇게 장사가 안되다 보니 재고가 80조원이나 쌓여 자산의 반이 재고자산이다. 결국 이런 부실한 영업구조는 해마다 빚을 키워 자산의 82%가 빚이다.

                                          LH, 재무/영업 현황 (단위 : 조원)

                                               자료: LH 2012 상반기 재무제표 (매출은 2011년 연간 재무제표)

LH는 이렇게 악화된 재무상태와 영업구조를 가지고도 공기업이라는 이름으로 금융시장에서 차입금을 계속 조달하고 있다. 민간기업이라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작년말 S&P와 기획재정부는 국내 공기업들을 대상으로 정부지원이 없는 경우를 가정해 신용상태를 평가했다.

많은 공기업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그중에도 LH가 A+에서 B+로 가장 많이 떨어졌다. B+면 투자가 매우 위험한 투기등급으로 몽골이나 베트남보다 낮은 수준이다.

                                 주요 공기업, 정부지원 배제후 신용등급

                                                                                자료: S&P, 기획재정부

LH의 재무구조 악화로 공사채를 발행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자 정부는 LH의 손실을 정부가 메꿔 주기로하고 법까지 개정했다. 130조원이 넘는 LH의 부채는 우리나라 총 국가부채 445조원의 30%에 해당된다. 결국 LH가 국가재정으로 갚아야할 빚을 130조원이나 떠안고 있는 것이다.  

■ 정권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정책사업 여과없이 실행    

LH는 이처럼 취약한 재무구조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빛을 지면서까지 국책사업이라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벌리고 본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달라지는 주택정책을 여과없이 받아들여 실행에 옮기고 있다. 

5년마다 새정부가 들어서면 정치적 목적에 의해 이전 정부와 차별화되는 주택정책을 펼치게 되는데 그로 인한 부작용을 고스란히 LH가 떠안고 있다. LH로선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더라도 반론을 제기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회사를 운영하다가 적자가 나면 정부 예산으로 채워주겠다니 토를 달 이유가 없는 셈이다.

                                 역대 정부 주택정책 및 LH 주택 공급 실적

                                                                         자료 : e-나라지표, LH 공시자료

그러다 보니 타성이 붙어 사업성을 따지기 보다는 목표를 달성하기에 급급해 시장상황에 맞지 않는 사업 추진이 이뤄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업의 질보다는 양을 우선하는 전시행정에 맞추려다 보니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새누리당 강석호의원은 “LH가 2003년 이후 추진한 157건의 택지개발 사업중 수요와 공급을 검토하지 않은 프로젝트가 57건 33%나 된다”며 “파주, 양주 등 5개 지구를 재평가해보니 사업에 필요한 최소 점수 70점도 얻지 못했다”고 LH의 무책임한 사업추진을 지적했다. 

이렇게 충분한 검토 없이 무분별하게 사업에 착수한 결과, 곳곳에서 사업이 중단되고 돈은 들어갔는데 팔지 못하는 재고자산이 증가하게 됐다.
 
LH가 작년 정기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땅을 사놓고 부지조성을 못하고 있는 미착공토지가 5800만㎡이다. 팔려고 내놨는데 팔리지 않은 토지도 2900만㎡에 달했다. 현재 LH가 선착순분양하고 있는 미분양아파트도 3만 세대가 넘는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수십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현재 LH의 재고자산 대부분이 건축중에 있는 재공재고라는 것이다. 사업을 중도에 포기할 수도 없어 앞으로 공사비가 계속 더 들어가야 하는데 현재같은 영업상태라면 재고와 빚은 앞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LH의 부채가 24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부채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다.

                                        LH 재고자산 구성 현황

■ LH 부채를 국가 재정문제로 보지 않는 도덕적 해이 심각     

LH가 이렇게 땅과 집이 남아 돌 정도로 주택사업을 대규모로 펼쳤고 주택보급률도 114%를 넘어섰는데 서민들의 주택난 해결은 더욱 멀어지고 있다.

결혼후 15년을 임대로 살아 온 한 세입자는 “왠만한 고소득자가 아니면 내집마련의 꿈은 이제 공상이 됐다”며 “세입자만 자꾸 늘어나 전세값이 폭등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보다 더이상 정치권의 홍보성 주택정책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새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무리한 정책을 주문하고 LH는 그 정책에 따라 사업타당성을 따지지 않고 무책임하게 실행하는 방식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LH측은 "정부의 정책사업은 모든 것이 결정된 상태에서 내려오기 때문에 LH의 자율권이 없다"며 불만이다.

무책임하게 밀어붙인 결과 LH의 설립목적인 서민주거 안정과는 동떨어진 결과가 나타나기 일쑤다.

송파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는 전용 84㎡가 4억~4억5000만원으로 분양자 중 벤츠, BMW 소유자들이 다수다. 광교의 임대주택은 전용 85㎡ 초과가 보증금 1억9000~2억3000만원에 월 임대료가 72만원~78만원이다.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통계에 따르면 영구임대주택의 경우 도심과 동떨어져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자는 60%만 입주했고 나머지 40%는 일반분양자가 차지했다. 집이 허술하게 지어져 하자와 보수에 대한 민원도 매년 3만건씩 발생한다고 한다.

LH공사채를 취급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주택사업에서 돈을 벌려고 했기때문에 오히려 상황이 악화됐다”며 “앞으로의 사업은 지금보유하고 있는 미착공, 미분양 토지를 매각해 그 돈으로 팔릴 수 있는 주택을 지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LH를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점은 적자가 발생하면 국가 예산으로 해결해주는 방식이다. 따라서 LH의 부실과 부채증가는 국가 재정부실로 연결된다. 그런데 이 점을 정부나 국회가 소홀하게 다루고 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최대의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속에서도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LH의 부채문제는 강조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새 정부가 들어설 때 마다 선심성 복지예산과 함께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주택복지사업이 등장하고 있다.

예산전문가들은 “복지예산의 경우 국가 예산편성시 규모가 확연히 드러나는 부분이지만 LH의 늘어나는 부채는 국가 예산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예산 심의때 드러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LH의 부채문제를 놓고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생길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LH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당장 편성되는 예산에 부담이 없기 때문에 마치 ‘공짜 점심’처럼 써먹고 본다는 것이다. 
     
LH는 갚아야 할 부채규모가 산더미처럼 늘어나 빚을 내 빚을 갚아야 할 처지여서 국가 재정으로 부실을 막던지 경영정상화를 이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위험한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라는 것은 S&P의 신용조사에서도 밝혀진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LH는 해결을 차일피일 미루며 문제를 키우는 도덕적 해이에 빠진 행태를 보이고 있다.

LH 관계자들은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면 "LH의 사업과 관련한 모든 정책이 정부에서 결정되어 내려 오기 때문에 경영여건을 개선할 여지가 전혀없다"며 LH에 책임을 물을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고 국회는 힘없는 LH를 대상으로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LH의 부실문제는 책임질 주체가 없다는 점이 최대의 위기요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