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024년도 제7차 금융통화위원회(정기) 의사록’ 발표
금통위원 "통화정책 긴축기조 전환 서두를 필요 없어"
"부동산 PF 정리와 제 2금융권 상황 면밀히 주시해야 할 시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은 우리나라 경기가 완만한 성장을 이어가고 물가는 기조적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향후 물가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의 긴축기조를 충분한 기간동안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한은이 공개한 '2024년도 제7차 금융통화위원회(정기) 의사록'에 의하면 6명의 금통위원 전원은 이 같은 의견을 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이로써 지난해 2, 4, 5, 7, 8, 10, 11월과 올해 1월, 2월 기준금리 동결에 이어 10연속 동결을 이어갔다.
의사록에 의하면 A 금통위원은 "경기가 완만한 개선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기조적으로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국제유가 및 농산물가격 전망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점 등 디스인플레이션의 마지막 단계 리스크는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인플레이션의 하향 안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대인플레이션의 안정이 중요한 시기인 만큼 어느 정도의 공급충격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되었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충분히 긴축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금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개진했다.
B 위원 역시 "국내경제는 대외여건 개선에 따라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이 경기회복을 견인하면서 완만한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지금의 경기 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당면한 물가 안정 노력과 함께 소비의 하방 위험을 완충시켜 나가는 것이 향후 경제정책의 주요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는 기조적 하향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근원물가는 대체로 안정적 하향 흐름을 보이고 있는 반면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의 불안정과 농산물가격의 변동성 등 공급 측면의 충격으로 목표치에 도달하기까지 굴곡진 움직임이 간헐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약화된 내수 모멘텀 회복 필요성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미국 등 주요국의 정책금리 결정 방향, 물가 경로 및 부동산 시장과 연계된 가계부채의 흐름 등을 감안하여 대응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면서 "대내외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금번에는 현 3.5%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밝혔다.
C 위원은 "최근 내수 부진으로 국민들의 체감 경기는 악화되고 건설·부동산업 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한 반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반등하고 아파트 가격이 일부 지역에서 반등하는 조짐이 보이는 등 긴축 지속 위험과 긴축 완화 위험이 모두 증가하여 통화정책 수행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물가 및 내수를 비롯한 경제상황의 흐름, 그리고 국내외 금융상황을 지켜보면서 금리 인하 시점을 결정하되 금융당국과의 거시건전성정책 조율을 통해 긴축 완화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국내외 경제·금융 여건을 고려할 때 금번에는 기준금리를 현 3.50%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는 의견을 냈다.
D 위원은 "물가가 기조적으로 둔화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공급측 물가 리스크 등으로 향후 물가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기업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부동산PF 리스크가 남아 있으나 현재로서는 금융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측면에서도 잠재수준 혹은 그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미 금융시장 상황이 완화흐름을 이어오고 있는 점 등으로 볼 때 통화정책의 긴축기조 전환을 서두를 필요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물가경로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만약 물가상승률의 목표수준대로의 안착이 지연될 경우 물가상승률의 누적 부담이 커지면서 통화가치 안정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긴축기조를 충분한 기간동안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강조했다.
E 위원은 "경제·금융상황을 종합해 보면 내수부진의 고착화를 방지하고 차입부문의 누적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정상화의 필요성은 높아졌으나 물가경로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데다 부동산 심리와 가계부채의 안정화 여부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금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어 "앞으로 물가의 공급압력이 확대되지 않고 현재의 전망경로를 유지한다는 판단이 드는 시점에서는 금리정상화를 시작하되 대내외 금융불균형이 유발되지 않도록 거시건전성 정책, 외환정책 등 보완적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통화정책은 장기적 구조개선보다는 경기 변동성을 완화하는 역할에 제한될 수 밖에 없으므로 중앙은행 대차대조표 정책의 활용도를 점검하는 동시에 우리 경제의 구조개혁과 생산성 제고를 위한 정책제언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F 위원은 "국내경제는 고물가 고금리로 인한 소매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 호조에 힘입어 연간 2.1% 내외의 성장이 예상되지만 체감되는 경기상황은 부문별로 온도 차가 클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완만한 둔화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나 농산물가격과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달러 강세로 인해 환율이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점도 향후 수입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장기간의 고금리로 인한 부작용이 경제 곳곳에서 부각되고 있지만 여전히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때"라면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3.5% 수준에서 동결하고 주요국의 통화정책 전개 양상을 지켜보는 한편 향후 진행될 부동산 PF 정리와 이에 따른 제2금융권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앞서 금통위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현재의 긴축적인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일치였다"며 "향후 3개월 금리에 관해서는 지난 2월과 같이 1명의 금통위원은 3.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는 견해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월과 같이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후에도 3.50%에서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나타냈고 나머지 1명은 3.50%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놓아야 된다는 의견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5명은 근원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목표 수준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기조를 지속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며 "나머지 1명은 공급 측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기조적인 물가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또 내수 부진이 지속될 경우 이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기 때문에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태로 지난 2월과 큰 차이가 없는 결정을 했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미국과 유럽 등 다른 선진국들은 근원물가가 더 높고 헤드라인 물가가 낮은 상황"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개월 동안 농산물가격이 오르고 유가가 상승하면서 헤드라인 물가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 불확실성이 좀 더 커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가 상승 등 공급 측 부분이 없다면 이론적으로는 헤드라인 물가보다 근원물가를 더 많이 봐야하는 것이다. 문제는 사람들의 기대심리가 헤드라인 물가가 더 많이 달려있다"며 "근원물가, 헤드라인물가 모두를 보면서 물가전망을 할 것이다. 농산물가격, 유가 등은 시간이 지나면 내려올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