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당 거의 100만달러에 달해
‘종의 기원’ 전체 원고 7.7% 공개
◆…싱가포르국립대(NUS)는 25일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된 자필 원고와 이전 목록에는 없던 7장, 최근 재발견된 3장 등 총 59장의 '종의 기원' 자필 초고를 온라인을 통해 공개했다. 사진=다윈온라인 캡처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 서적으로 손꼽히는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자필 초고가 온라인에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싱가포르국립대(NUS)는 25일 다윈 학자인 존 반 와이어 생물학과 교수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된 자필 원고와 이전 목록에는 없던 7장, 최근 재발견된 3장 등 총 59장의 '종의 기원' 자필 초고를 학술포털 '다윈 온라인'을 통해 공개했다고 밝혔다.
와이어 교수는 "자필 초고는 저마다의 여정과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이 귀중한 문서를 전 세계에 공유하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초고는 총 1만1700단어 분량으로 '종의 기원' 전체 원고의 7.7%에 해당한다. 장당 가격이 100만 달러(약 13억원)에 이르며 2018년 경매에서 49만 파운드(약 8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당시 영국 정부는 자필 초고가 해외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수출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한다.
◆…'종의 기원' 자필 초고 사진=NUS 홈페이지
NUS는 다윈의 필체가 읽기 어려울 정도로 악명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모든 초고를 필사하고 편집해 출판된 책에서 초고 내용이 나타나는 위치를 표시함으로써 다윈이 원래 주장들을 어떻게 구성하고 수정했는지 알 수 있게 했다고 전했다.
또한 초고에는 미출판된 문장이 다수 포함돼 있어 '종의 기원'을 집필할 당시 다윈의 사고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력을 볼 수 있었다고 NUS는 덧붙였다.
예를 들어 '본능은 거의 공허한 속임수라고 할 수 있다'라고 쓴 문장을 지우기도 했으며 '자연 선택이 곰 같은 동물을 점차 고래 같은 동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가 평론가들로부터 조롱과 비판이 이어지자 이후 모든 판본에서 해당 구절을 삭제했다.
'종의 기원'은 1859년 11월 24일 처음 발간됐지만 자필 초고는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자필 초고는 폐지와 함께 낡은 노트 더미에서 발견됐다. 폐품 더미에 버려진 초고는 자녀들이 그림 그리는 데 사용하거나 원고 뒷면에 수학 문제를 푼 것으로 전해졌다.
'종의 기원' 초고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것은 다윈의 생애 말기에 진화론이 널리 받아들여지면서다. 다윈이 사망한 뒤 그의 자녀들은 수십 년에 걸쳐 자필 초고를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현재 이들 원고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거나 일부는 영원히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