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EU 회원국 간 의견차로 현재 검토 중
바이든, "전쟁 자금을 마련하고 무기를 구매해야 하는 러시아에 큰 타격 예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로이터)
바이든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러시아의 모든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수입을 금지하는 방침을 발표하고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러시아산 원유는 더 이상 미국 항구에 발을 들일 수 없으며 이는 전쟁 자금을 마련하고 무기를 구매해야 하는 러시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수입 금지 대상에는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석탄뿐만 아니라 에너지 분야와 관련해 미국이 러시아에 새롭게 투자하거나 외국 기업의 러시아 투자 시 미국인이 자금을 대는 것도 금지된다.
현재 미국의 수입 원유 중 러시아산은 약 3%이고, 석유제품까지 포함하면 8%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은 작년 한 해 러시아로부터 월 평균 204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수입했다.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으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조치로 물가가 더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미국 기업들에게 현상황을 악용하거나 불공정한 가격인상을 부추기지 말라고 경고하는 한편 시민들에게는 가계경제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미국의 금수(禁輸)조치에 따라 향후 유가 상승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한때 전날보다 배럴당 8% 이상 뛴 129.44달러까지 뛰어올랐다. 이날 WTI는 배럴당 3.6%(4.30달러) 상승한 123.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오후 7시48분(런던 현지시간) 현재 배럴당 3.9%(4.78달러) 오른 127.9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휘발유 가격은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지난 6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009달러로 지난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동안 미국은 러시아를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기 위해 유럽 등 동맹국들과 협의를 해왔다. 그러나 현재 가스의 90%, 석유제품의 97%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이 중 가스 40%, 원유 25%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의 경우 이번 에너지 제재 조치에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영국은 올해 말까지 단계적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크와시 쿠르텡 영국 산업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트위터에서 영국 수요의 8%를 차지하는 러시아산 석유를 대체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새로운 정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겠다고 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 에너지에 의존도가 커 금수 조처 동참을 놓고 회원국 간에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며 러시아 원유 수입 축소는 아직 검토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