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업률 4% 미만이지만 물가 연준 목표치 2% 아래 유지
파월 "실업률 하락에도 임금상승이 나타나지 않아 수수께끼"
◆…필립스 곡선이 경제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인플레이션에 대비할 수 있는 새로운 척도가 필요한 상황을 맞고 있다. 사진=조세일보 DB
필립스곡선이 현재의 경제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인플레이션을 대비하는 통화정책이 사라지는 상황를 맞고 있다.
필립스 곡선은 실업률과 화폐임금 상승률 사이에 안정적인 함수관계가 있음을 나타내는 모델로 영국의 경제학자 필립스(Phillips, A. W.)에 의해 제시됐다.
필립스는 영국의 경제통계로부터 화폐임금 상승률과 실업률 사이에는 역의 함수관계가 있음을 발견했고 필립스 곡선은 실업률이 낮아지면 화폐임금이 오르고 인플레이션을 불러온다고 받아들여졌다.
실업률이 낮을수록 물가상승률이 높으며 반대로 실업률이 높으면 인플레이션 위험에서 다소 벗어나게 된다.
필립스 곡선이 현실로 그대로 적용되면 미국의 낮아지는 실업률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찾아오게 된다. 인플레이션 상황을 맞게되면 기존의 통화정책이 송두리째 바꿔져야 한다. 인플레이션은 경제의 가장 큰 부담이 되는 적이다.
필립스 곡선은 실업률이 1년에 1%포인트 높아지면 물가가 약 0.5%포인트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업과 물가의 상관관계는 거의 제로(0)에 가까워지면서 인플레이션은 더이상 실업률과의 역함수 관계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미국의 실업률은 3.9%로 예상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 Fed(연방준비제도) 위원들은 중립 실업률을 4.1~4.7% 수준으로 전망한바 있다.
미국이 낮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징후가 보이지 않자 미 Fed는 급격한 금리인상보다는 점진적인 금리인상 정책을 취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필립스 곡선 하에서 실업률이 NAIRU(자연실업률)를 하회할 경우 물가가 급등할 수 있지만 현재는 실업률이 떨어져도 그다지 물가가 오르지 않는 상황을 맞고 있다.
제롬 파월 미 Fed 의장이 최근 와이오밍 주 잭슨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필립스 곡선이 예전같지 않기 때문에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지켜 나가겠다는 소신을 밝혔고 미국 증시가 급등한 바 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필립스 곡선에서 보여준 물가와 실업률과의 관계가 약화됐다”면서 “현재 실업률이 매우 낮지만 물가를 끌어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현재 4%를 밑돌고 있고 1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물가 압력은 나타나고 있지 않고 지난 6년간 물가는 연준의 목표치인 2%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실업률 하락에도 임금 상승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수수께끼”라고 지적한바 있다.
필립스 곡선이 현실에서 벗어나기는 한국도 비슷한 처지를 맞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열린 '2018년 한국은행 국제컨퍼런스'에서 “금융위기 이후 필립스 곡선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토로한바 있다.
이 총재는 “금융위기 이전에는 경기회복과 함께 실업률이 하락하면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경향이 뚜렸했다”면서 “이제는 통화정책의 한계를 감안해 다른 정책과의 조합을 적극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가에서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간의 경험적 관계를 나타내주는 필립스 곡선의 형태 변화로 인해 통화정책도 새로운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통화정책 수립 주역들간 중앙은행이 정책을 만들 때 필립스 곡선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필립스 곡선을 대체할 신뢰성 있는 정책 신호 발견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