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선인께 드리는 탄원서>
인수위의 금융감독체계 개혁안은 역사의 시계추를 되돌리려는 개악에 다름 아님을 삼가 아뢰옵니다.
지난 1월 1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정부와 시장의 역할을 구분하고 민간의 창의와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큰 원칙에 입각하여 금융부문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미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께서 대선 기간 중에, 그리고 대선 이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천명하신 '민간주도 기업중심'의 새로운 경제철학이 대한민국을 선진금융강국으로 거듭나게 하는 유일한 길임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는 우리 금융감독원 임직원 모두는 이러한 당선인과 인수위의 뜻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다만, 분골쇄신하여 당선인과 새 정부의 금융선진화 노력에 앞장섬에 있어 몇 가지 궁금한 바를 확인하여 그 취지를 금과옥조로 삼아야 할 것으로 사료되어 감히 탄원서를 빌어 여쭙고자 합니다.
인수위 발표에 따르면 신설되는 금융위원회가 금융정책을, 금융감독원은 금융감독 업무 집행을 담당하도록 함으로써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견제와 균형을 확보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IMF 경제위기를 초래했던 관치금융의 폐해를 막기 위해 금융위원회의 인력규모를 최소한으로 통제하고 직접적인 금융감독 업무를 민간기구인 금융감독원과 금융회사에 대폭 위임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수위의 금융감독체계 개혁안은 그간 공적 민간기구로의 감독기능 일원화를 통한 금융감독의 독립성 확보하는 국민의 염원과 IMF 극복을 위해 현재의 금융감독체제를 만들었던 여야의 합의정신, 그리고 국제 감독기구와 국내외 전문가의 강력한 권고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여 정부의 재량적 금융정책에 대한 금융감독기구의 제어기능을 강조하는 등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분명히 함으로써 현행 감독체계의 부작용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선책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무원관료조직은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의 금융감독체계 개혁안을 교묘히 변질시켜, 금융정책뿐만 아니라 금융감독 기능까지 장악하고 견제와 균형의 원칙마저 저버린 채 금융감독원을 공무원조직에 예속시키려는 시대착오적 행위를 여전히 시도하고 있는 것을 당선인께서 파악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위한 입법과정에서 의도적으로 금감원을 배제한 채 건전성 감독규정 등 금융감독 집행을 위한 필수 감독수단을 금융위원회에 집중시키려는 것이나, 금융위원회에 금융감독원장 임명 제청권과 사전적 지시·감독권을 부여하는 것, 그리고 금융감독업무를 사실상 관장하는 금융감독원장을 금융위원회에서 배제하는 것 등은 사실상 금융감독원을 정부조직의 허수아비로 만들려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으며, 그런 것이 당선인이나 새 정부의 뜻이라고는 더 더욱이 생각할 수 없는 것입니다.
세계 각국이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민간의 자율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 시점에, 유독 대한민국의 공무원 관료집단만이 관치금융의 향수에 젖어 금융감독기능을 좌지우지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에 대해 우리는 그래서 우려와 탄식을 금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IMF 경제위기와 같은 불행한 사태의 재발을 막고자 금융감독기능을 민간기구인 금융감독원으로 일원화 한지 10년만에, 경제위기를 막지 못한 채 국가경제를 파탄지경으로 내몰았던 그 공무원조직이 다시 금융감독기능을 장악하려는 것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는 반역사적 행위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며, '관배제 민우선'을 강조하면서 '을의 추억'이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어내시면서 민간주도와 기업중심을 강조한 당선인의 복심까지 철저히 뒤집어 버리는 역린의 형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공무원관료조직의 집단 이기주의가 가져올 부작용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물론 이런 탄원서를 올리는 저희 금감원 임직원조차도 똑같은 기관이기주의로 비난받을 수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당선인과 새 정부의 국정이념과 경제철학이 한줌 관료들의 집단이기주의로 인해 폄훼당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감히 여쭙는다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금융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소비자보호를 최우선 목표로 하여야 할 금융감독기능이 정부의 경제정책수단으로 전락한다면 금융위기라는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또한 정부 관료의 비전문적 경직성이 금융시장의 창의와 혁신을 짓누른다면 금융 산업의 선진화는 요원해 질 것이니 선진금융강국으로 가는 길은 없다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이에 금융감독원 전 임직원은 공무원관료집단에 대해서는 인수위 금융감독체계 개혁안 변질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함과 아울러, 그런 관치금융을 획책하는 사특한 집단의 음모에 말려들어 입으로는 관치청산을 외치면서 행동으로는 관치를 양산하는 양두구육의 정책으로 만에 하나 지탄받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이 공적민간기구에 의해 독립적·통합적으로 수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우리의 인식에는 변함이 없으나, 이로 인하여 새 정부 출범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인수위 발표내용과 취지에 입각하여 최소한 다음 사항은 명백히 입법에 반영할 것을 탄원 드리는 것입니다.
첫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장의 금융위원회 당연직 참여와 의안제안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둘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인허가, 규정 제·개정 등 금융감독 업무와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기능을 관계 법령에 명시해야 합니다.
셋째, 금융감독원의 독자적이고 전문적이며 책임있는 업무수행을 위해 금융위원회의 금융감독원장 임명 제정권과 금융감독 업무에 대한 사전적 지시·감독권을 철회해야 합니다.
우리 금융감독원 전 임직원은 금융선진화라는 대의(大義)에 따라 당선인과 새 정부, 그리고 전 국민이 염원하는 금융선진강국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기를 간절히 요청하며 탄원서에 갈음하는 바입니다.
2008년 1월 23일 금융감독원 임직원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