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라이시 죽음은 큰 손실…추락사고 원인 규명 도울 것"

장례식 참석하는 하원의장에 “애도 전해 달라”

“러, 이란과 관계 협력 지속 위해 최선 다할 것”

이란 당국, 사고 원인 안 밝혀…”노후 장비 탓” 분석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헬기 추락 사고 원인 규명을 돕겠다고 밝혔다.

21일(현지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대표로 라이시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뱌체슬라프 볼로딘 국가두마(러시아 하원) 의장을 만나 "이번 비극에 대한 진심 어린 애도의 뜻을 전해 달라"고 당부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의 동료(이란)가 필요하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이 재앙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전문가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며 "라이시 대통령의 죽음은 무엇보다도 이란과 이란 국민에게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라이시 대통령을 "믿을 수 있는 파트너이자 조국의 국익에 따라 움직이는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이어 그는 "(라이시 대통령은) 자신의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었고, 우리가 합의하면 그 합의가 항상 이행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라이시 대통령 아래 양국이 협력한 것처럼 러시아는 이란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 같은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측은 내일(22일) 이란으로 갈 예정"이라며 볼로딘 의장이 라이시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다른 관리들과 함께 탑승한 헬기가 추락한 지 몇 시간 뒤인 20일(현지시간) 이란 북부 산악지대의 추락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란 당국은 아직 사건에 대한 원인을 밝히고 있지 않으나 일부에서는 노후화된 헬기가 원인일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CNN은 군사 분석가를 인용해 라이시 대통령이 1960년대 후반부터 운용되기 시작한 Bell-212 헬기에 탑승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부품 확보 등의 어려움이 추락 사고의 요인이 됐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번 사건은 중동 지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긴장 상태에 있는 가운데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해 전례 없는 드론 미사일 공격을 시작하고 무기급 수준에 가까운 우라늄 농축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 또한 이란은 침체한 경제와 여성의 권리 등을 이유로 시아파 신권정치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에 직면해 있다.

사망한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의 8대 대통령으로, 역사적으로 투표율이 낮았던 2021년 선거를 거쳐 당선됐다. 강경파였던 그는 온건파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과 달리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긴밀한 동맹을 맺어왔으며 하메네이에 이어 최고지도자 자리를 이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란 대통령의 공백은 당분간 모하마드 모크베르 제1부통령이 맡게 되며 대통령 보궐 선거는 내달 28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