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의 주식 외상 매입… 10조원대 계약 체결 직후 주가 오르기 전 실행
내부정보 이용한 특혜거래 아닌지 의심
100% 자회사 보유주식 오너에게 몰아 주는데 의사결정은 누가?
에코프로비엠은 양극재 판매에 대해 2020년 1월 31일에 계약액 2조 7412억 원(계약기간 2020년 1월 ~ 2023년 12월)과 2021년 9월 8일 계약금액 10조 1102억(계약기간 2024년 1월 ~ 2026년 12월)을 주요판매계약으로 공시했다.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면 실적과 주가가 크게 개선될 대형호재다.
여기에 더해 에코프로비엠은 2022년 6월 27일 무상증자를 실시하여 데이지파트너스에 367만주를 무상으로 지급했다. 이로써 이동채 전 회장 가족은 돈 한푼 안들이고 에코프로비엠 주식 484만주를 갖게 됐다.
이후 회사의 주가는 2차전지 주식이 테마를 형성하면서 급상승했다. 데이지파트너스는 주식이 상승하자 에코프로이노베이션에 근질권이 설정된 주식을 담보로 일부는 대출을 받고 일부는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외상대금의 일부를 상환했다. 2023년 12월에는 장내 매도를 통해 조성된 자금으로 약 1년 반 만에 모두 외상대금을 상환하고도 약 390만주를 보유하게 됐다.
이런 유형의 거래에 대해 자본시장 전문가들는 향후 주가전망에 대한 내부정보가 없이는 불가능할 것으로 평가했다.
주식 외상거래에 대한 조세일보의 질문에 대해 에코프로는 "2021년 내 에코프로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해 ▲공정거래법상 행위제한요건(지주회사 에코프로의 자회사인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 손자회사가 아닌 계열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의 주식을 소유하는 행위)을 선제적으로 해소하고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 리튬전환사업 등에 사용할 운영자금의 확보를 위해 이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 이었다"고 답변했다.
또한 "처분방법으로 장내매도, 블록딜, 교환사채 발행을 내부 검토하였는데 장내매도의 경우 에코프로비엠 주가에 미칠 영향이 과도하고, 블록딜의 경우 통상 7~10% 정도의 할인율이 적용되어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고, 할증발행이 일반적이고 주가에 미칠 영향이 낮은 교환사채를 선택하여 지분구조상 행위제한 요건에 저촉되지 않고 향후 교환권 청구시 세금이슈도 발생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여 (거래상대방을) 데이지파트너스로 정하고 거래를 진행 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 자금 필요하다면서 외상거래?… 오너 아니면 가능한 일?
이에 대해 한 자본시장전문가는"에코프로비엠 주식은 10조원대의 납품계약을 체결한 2차전지 관심주였다. 행위제한요건을 해소한다면서 오너 가족에게 주식 매각하는 것이 맞는가?" 라며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다면 제3자에게 현금 매도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오너에게 외상으로 주식을 넘긴 것은 앞 뒤의 맥락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당시 시장상황으로 보아 대형 납품계약이 준비된 에코프로비엠의 주가상황을 보아 블록딜의 경우 7~10%의 할인율이 적용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은 시장 상황을 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교환사채 발행 시 할증과 세금이슈 변명도 궁색하다. 데이지파트너스의 이익을 우선으로 한 의사결정일 가능성이 많다"라고 꼬집었다.
대주주 일가가 에코프로를 지주사로 내세우고 실질적인 혜택은 가족기업인 데이지파트너스로 몰리게 구조를 짠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앞으로 대형 납품계약의 이행 수준에 따라 주가가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많은데 회사와 관계없는 제3자에게 주식을 팔 이유가 없으며 대주주이며 회사의 등기임원으로 등재된 이동채 회장만이 자신의 가족기업에게 외상으로 넘겨줄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유추가 가능한 대목이다.
결국 대주주 회장이 미래가치가 있는 자회사 보유 주식을 헐값이 아닌 시장가치로 매매하되 그 대금은 외상으로 하여 주가하락 시에는 주식을 반환하고,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을 팔아서 외상대금을 갚겠다는 사익추구의 의도가 내재되지 않으면 이루어 질 수 없는 거래라는 것이 시장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 100% 자회사의 자산매각에 모회사의 이사회 결의는 필요 없나?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에코프로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자회사이다. 따라서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자산을 매각하는 것은 에코프로의 자산을 매각하는 것과 동일한 행위라고 볼 수 있다.
하물며 자회사인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자산을 오너 가족에게 외상으로 매각하는 거래에 대하여 모기업인 에코프로의 이사회 결의 없이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이사회 결의로 외상으로 매각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 거래로 인해 모기업인 에코프로 일반주주의 권익에 침해가 발생할지를 따져보고 매각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당연하며 이사회 결의가 없더라도 최소한 보고 심의는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상거래 당시 이동채 회장과 가족기업은 에코프로 지분의 18.26%를 보유할 뿐이고 나머지는 선량한 주주들의 지분이다. 에코프로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의 자산은 나머지 80%이상의 지분을 가진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관리되어야 함이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조세일보의 질문에 에코프로는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에코프로의 100% 자회사라고 하더라도 에코프로와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기업으로 자산 매각결정에 에코프로 이사회 결의는 불필요하고 대상도 아니다"며 "상장주식을 시가로 거래하는 것이 일반주주의 권익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 법률전문가는 "대개의 경우 법률적 실체가 다르다고 해도 대부분 상장사의 경우 자회사의 자산을 매각하거나 인수합병 시에 모회사의 이사회를 거치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에코프로 이사회는 이사회 내에 내부거래위원회를 두고 계열사 간의 빈번한 내부거래를 점검하고 있음에도 대주주인 특수관계인과의 주식 외상거래에 대해 이사회를 하지 않은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당시 이동채 전 회장은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등기임원으로 등재되어 있어 자신과 에코프로이노베이션과의 외상 거래에 대한 의사결정(이사회 결의)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업계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이동채 전 회장이 자회사의 주식을 본인의 가족기업에게 외상으로 매각한 것에 대해 특권을 이용한 사익추구를 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