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뉴스버스 대표 휴대폰 압수해 디넷에 저장
윤석열 대통령 검찰총장 시절 내부지침 만들어
검사 출신 법조인 "정보 수집·보관은 활용 전제"
민주당 "수사권을 남용해 조직적으로 불법 사찰"
조국혁신당 "안기부 미림팀보다 더 추악한 범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인터넷매체 뉴스버스 이진동 대표가 대선 개입 여론조작 관련 소환 조사를 위해 출석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5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개인 사생활 정보 등을 폐기하지 않고 대검 서버에 저장했다가 조직적으로 관리‧활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1일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에 따르면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는 지난 2월 자신의 휴대폰을 압수한 검찰이 범죄 혐의와 관련 없는 정보를 삭제하지 않고 대검 디지털수사망(디넷)에 저장했다고 폭로했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관이 자리를 비운 사이 서버 저장을 지시한 검사의 문서를 확인한 후 이에 대해 검찰에 항의하자 검찰이 '디넷에서 삭제했다'는 확인서를 발급해줬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불법사찰이 상당히 오랜 기간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인 2021년 1월엔 아예 내부지침(예규)까지 만들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이 휴대전화를 압수해 다 들여다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있었지만, 뉴스버스 취재를 통해 검찰이 내부지침까지 만들어 검사 지휘서로 수사 대상 주요 인사들의 휴대전화 정보들을 무차별 수집 관리해 온 사실이 실제로 확인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이 같은 사실은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로 재판을 받아 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문을 통해 드러났다. 2016년 검찰이 국정농단 사건 수사과정에서 압수한 문자메시지를 D-NET에 저장해 놓았다가 1심 재판에서 '재활용'한 것이다. 법원은 위법 압수 절차를 문제삼으며 이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와 관련 특수부 검사 경력이 있는 검찰고위직 출신 변호사 A씨는 뉴스버스에 "정보의 수집 보관은 활용을 전제로 한다"면서 "결국 (나중에) 써먹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고위간부 출신 변호사 B씨도 "증거로 안 쓰더라도 그 정보를 봤다면 수사 방향 대응 언론 플레이나 피의자 압박용으로 얼마든지 쓰일 수 있다"며 "A사건으로 디지털 증거를 압수해놓고 B사건에서 증거로 쓰면 B사건 관련자는 재판부는 디지털 증거를 위법하게 보관해오고 있다는 생각을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버스는 검찰이 법원의 영장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나 범죄와 관련성이 없는 민감한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한 행위는 수사의 적법절차를 규정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가 촬영한 '목록에 없는 전자정보 수사 지휘 공문' 사진=뉴스버스 기사 캡처
특수부 검사 출신 한 법조인은 "검찰이 불법적으로 민감 정보와 사생활 정보 등 까지 담긴 개인 정보를 대규모로 수집 관리해왔다면 활용 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명백한 불법 사찰행위에 해당한다"면서 "불법을 지휘서까지 만들어 시행해왔다면 검찰의 대규모 조직범죄다"고 규정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 업무를 맡은 적이 있는 현직 법관도 "압수수색 영장에서 사건과 관련 없는 정보는 삭제‧폐기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이유를 대든 사건과 관련 없는 정보를 수집해 관리해왔다면 불법이고 직권남용의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뉴스버스의 문제 제기와 관련해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 관계자는 "우려사항이 있을 것이라 이해하지만 접근하면 로그 기록이 남기 때문에 오·남용 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건 아니다"며 "침해 정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들은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시절 수사권을 남용해 조직적으로 불법 사찰을 한 혐의에 대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23일 입장문을 통해 "보도가 사실이라면 명백한 수사권 남용"이라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법치를 수호해야 할 검찰이 헌법 제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다'는 합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중대 범죄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인 박은정 전 법무부 감찰담당관(오른쪽) 등이 22일 과천 고위공직자수사처에서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행위'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2024.3.22 사진=연합뉴스
조국혁신당도 22일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김오수 전 검찰총장 등 5명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인 김형연 전 법제처장,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장, 박은정 전 검사 등 3명은 이날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독재정권의 정보기관이 민간인을 미행·도청하고 사찰한 안기부 미림팀보다 더 추악한 범죄"라고 직격했다.
이들은 "검찰이 디넷(D-net)이라 불리는 '전자캐비닛' 안에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 보관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며 "디지털 시대의 맞춤으로 진화한 신종 디지털범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