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상병 순직 134일째… 채상병 원혼 달래줘야”

경북 예천에서 수해로 인한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해병대 故채모 상병이 순직한 지 134일 지났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젊은이의 억울한 죽음을 두고 정치권에서 정쟁에 빠져 유가족 및 생존장병들의 슬픔을 외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해병대전국연대는 3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병대 故채모 상병 순직사고 및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국방 의무를 다하던 청춘이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숨졌다"며 "발생해서는 안 될 인재였기에 애통하기 그지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상륙장갑차도 못 버티고 나왔고, 성인 허리까지 물에 잠기는 그 강에 왜 우리 해병대원들에게 입수 지시가 내려진 것인가"라며 "누구 지시로 해병대 글자가 선명한 티셔츠와 장화를 신겨서 해병대원들이 강에 들어갔는지 넉 달이 지나도록 제대로 밝혀진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해서 "정부는 오히려 적법한 수사를 진행한 박정훈 전 수사단장을 항명 혐의로 곤혹에 빠뜨리고 있다"며 "내가 잘못했다, 내가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이 나라는 법만 있고 도덕이라는 것이 사라진 듯하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채 상병이 순직했지만 정치권의 정쟁 속에서 유족과 해병대 현역·예비역들은 숨죽여 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정치권에서 특검법을 통과시켜, 국가를 위해 사명을 다했던 채 상병의 원혼을 달래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해병전국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 가지 입장을 밝혔다. 각각 ▲채상병 순직에 정쟁 말고 각성할 것 ▲채상병 순직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연내 처리 ▲특검법을 가로막는 자들에 대한 해병 예비역들의 철저한 응징 등이다.

이날 해병 예비역들의 국회 기자회견을 주재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채모 상병 순직 후 134일째인데 수사외압 물정은 넘쳐나고 의혹이 계속 커져가고 있다"며 "정부는 사실관계 확인을 가로막고, 진상을 덮고, 진실을 숨기면서 철저히 은폐하는 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는 오히려 수사받아야 할 군 책임자들을 승진시켰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청년의 억울한 죽음은 정치권 정쟁 앞에 멈춰 서 있다"며 "정부와 국회를 향해 무릎 꿇고 눈물로 진상규명을 호소하는 유가족들과 생존장병의 슬픔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순직의 진실을 규명하고 실추된 해병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특검과 국정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해병대 故채모 상병은 지난 7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던 경북 예천에서 수해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고, 이후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7월1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채모 상병 부친은 이날 채 상병 실종 현장을 찾아 "물살이 셌는데 구명조끼는 왜 안 입혔냐. 군대가 기본도 안 지키나"라며 "어제 저녁에 아들과 딱 2분 통화했다. 물조심하라고"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아울러 채 상병 모친은 "착하게만 산 우리 아들이다. 이런 일이 있을까 해병대 가지 말라고 했다"며 "그렇게 해병대 가고 싶어서 가지 말라고 해도 갔는데, 내 아들 어디있나"라고 주저앉아 절규했다.

해당 순직사고와 관련해 해병대는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 등으로 구성된 자체 진상규명에 나섰다. 그러나 해당 수사 결과의 이첩보류 지시를 두고 수사 외압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지난달 24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해군본부 국정감사에서 "박정훈 수사단장이 그런 일탈행위(수사보고서 이첩보류 지시를 어긴 것)를 한 것에 대해 빨리 인정하고 수긍했더라면 이 정도까지 문제가 파장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