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사정사 '유사 사칭' 피해 심각에도 관련 법안 국회 계류 중

교통사고를 당한 A씨는 입원 도중 남색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남성이 다가와 "보험금 두 배 더 받아 드릴게요. 언제든지 상담 환영합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상담을 받았다. 그는 본인을 "법무법인 사무장 겸 손해사정사"로 소개했고 A씨는 그의 말에 속아 수백만원의 착수금을 미리 주고 보험금 수임을 맡겼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는 무자격 브로커로 착수금을 받고 종적을 감쳤다.

최근 보험금 관련 청구를 도와주겠다며 '손해사정사'를 사칭하는 피해 사례가 병원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지속적 늘어나 피해를 본 보험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에 한국손해사정사회는 지난해 12월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손해사정사 관련 유사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현재까지 국회 정무위에 계류 중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법률적 미비로 손해사정사 사칭을 하더라도 처벌 규정과 제재할 수단이 따로 없어 유사 명칭을 사용하는 보험 브로커가 점점 거대화·조직화 되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에는 '손해사정사·손해사정업자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한 자에게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처벌 조항을 담았다.

만일 법안이 통과된다면 손해사정사 사칭 피해도 막을 뿐만 아니라 보험사기 범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예방효과도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앞서 오 의원도 현행법의 미흡함을 지적하며 "손해사정 자격 사칭 자체에 일정한 비난 가능성이 있고, 연이어 벌어질 수 있는 다른 범죄를 선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보험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손해사정사 명칭의 사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손해사정사 사칭은 음지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어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의원실로 피해 구제를 요청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지속적 들어오고 있고, 언론 보도도 끊이지 않고 있어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광민 한국손해사정사회 사무총장은 "내부 제도개선위원회·법률지원센터 등을 운영해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현행법의 미흡으로 현재도 피해자는 속출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 온라인·오프라인에서도 전문자격자가 아닌 자가 불법 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법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