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가 시장 탓을?... 국힘 ‘1타강사 맹폭’에 내부서도 ‘갸웃갸웃’

윤석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라고 지시하자, 국민의힘이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바로잡겠다며 고액 연봉을 받는 강사들을 맹폭하는 모양새다. 여당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도 '보수의 철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 국힘 "사교육계 이권 카르텔 있어"

국민의힘은 22일 오후 장동혁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수능의 킬러 문항은 그 자체로도 문제가 되겠지만 (이를 활용하는) '사교육 이권 카르텔'이 존재한다면 한시라도 빨리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라며 "적당히 눈감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킬러 문항은 공정하지 않다. 난이도 조절을 이유로 고등학교 교과과정 밖 내용을 수능에 끌어들이는 편법이다"라며 "킬러 문항을 없애겠다는 것은 더불어민주당도 줄곧 주장해 왔던 내용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도 지난 21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수능시험을 중심으로 교육계에 이권 카르텔이 존재하는지 한 번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지금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데, 교육 시장에서 공급자인 일부 강사들의 연 수입이 100억, 200억 가는 것은 공정한 시장가격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찌 보면 그 강사들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나 마찬가지인데 남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을 통해 초과이윤을 내는 것 아닌가"라며 "이렇게 잘못된 시장을 바로잡는 것은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 김웅·신인규 "보수 철학에 어긋나"

국민의힘 지도부가 수능 난이도 문제를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언급하며 고액 연봉 강사들의 문제로 연결시키자, 여권 내부에서 '이는 보수의 철학에 어긋난다'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능 난이도 문제가 사교육 문제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일부 고액 강사들의 부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라며 "이는 옳은 방향이 아니다. 무엇보다 보수주의자의 기본 자세에서 어긋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고액 연봉은 극히 일부 강사들에만 해당되는 것이고, 이는 우리나라 교육 문제에 따른 결과이지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라며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을 때 부자를 악마화하고 계층·직역을 구분해 갈라치기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신인규 국민의힘 바로세우기 대표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당의 사무총장이 강사들이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얻은 고소득을 범죄라고 함부로 규정하는가"라며 "보수의 철학은 자유로운 경쟁을 통한 부의 획득 보장인데 이철규 사무총장은 생각이 있는 것인가"라고 맹폭했다.

신 대표는 그러면서 "부자를 범죄악시하고 자유경쟁을 폄하하는 것은 보수의 철학에는 전혀 맞지 않다"라며 "대통령 말이라면 무지성 지지를 보내기 위해 아무 말이나 하니까 보수 진영이 철학 없이 정치를 하는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 당정 교육 방침에 교육 현장은?

한편 정미라 경기 병점고 교사는 22일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킬러 문항' 출제 배제로 사교육을 잡겠다는 당정의 방침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 상위권 대학에 의지를 가진 학생들이 수능이 쉬워진다고 학원에 안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혼란 그 자체"라며 "대입 정책은 예민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4년 예고제를 하는데, 갑자기 수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아이들이 많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