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은행-JP모건 곡물거래 허용 뒤 열리는 회담
러 “요구조건 이행 안 돼…아무런 성과 없어”
러, 에너지 이어 식량 무기화…식량 파동 우려
지난해 7월 유엔·튀르키에 중재로 협의…오는 18일 만기
◆…흑해 곡물 거래를 위한 상선이 보스포러스 해협을 통과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 로이터>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를 인용해 '흑해 곡물 협정'과 관련된 회담이 3일(현지시간) 개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고위 관리는 로이터통신에 "모든 당사자가 참여하는 회담이 열릴 예정"이라며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날 러시아 측은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의 입장은 잘 알려져 있다"며 "러시아 농업 부문과 관련된 요구 조건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논의는 계속 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지난주 미국이 JP모건체이스과 러시아 로스셀호스방크(러시아 농업은행)간의 러시아 곡물 수출과 관련한 지급결제 업무를 허가 한 뒤 열리는 것이다.
이번 미국의 조치는 '흑해 곡물 협정' 재연장 협상과 관련해 러시아 측이 요구해 온 조건을 일부 수용한 것이지만 러시아 농업은행에 대한 국제 통화결제 시스템인 스위프트(SWIFT)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알려졌다.
앞서 미국과 서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 은행들을 제재 대상에 올리면서 SWIFT에서 퇴출시킨 가운데 러시아는 자국 농업은행의 SWIFT 거래 재개 등 자국 곡물 및 비료 수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협정을 파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흑해 곡물 협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이 막혀 전 세계 곡물 가격이 폭등하자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지난해 7월 체결된 협정이다. 당초 120일 기한이었던 협정은 지난해 11월과 지난 3월 60일씩 연장돼 오는 5월 18일 만기를 앞두고 있다.
흑해는 우크라이나 곡물 대부분이 운송되는 핵심 해상 수출로다. 해마다 4500만톤의 곡물을 공급하는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로가 차단된다는 것은 국제 곡물 시장에 큰 위협이다. 이에 러시아는 에너지에 이어 식량을 정치적 협상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이 러시아 농업 및 비료 수출에 대한 제한을 해제 하지 않으면 협정의 재연장을 파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도 세계 주요 7개국(G7) 장관급 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수출을 전면 통제하는 강경 규제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지자 러시아는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흑해 곡물 협정" 파기를 언급하며 식량 무기화를 암시했다.
유엔 측은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는 등 재연장을 촉구하고 있지만 러시아 측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충족되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오는 5월 18일 '흑해 곡물 협정'의 재연장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식량 파동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