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규제 완화에도... 재무건전성 '위태'한 보험사는?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에도 금리 상승 여파로 인해 지난해 말 일부 보험사들의 건전성 지표가 금융당국 권고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새 건전성 규제인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적용되지만 자본 여력과 자산·부채 구성에 따라 보험업계의 건전성 양극화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각 보험사 결산보고서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실적을 공시한 생명보험사 가운데 지급여력(RBC)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DGB생명으로 119.0%였다. 금융당국은 RBC 비율을 150%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어 DB생명(141.9%), 농협생명(147.5%)이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DGB생명은 자본 확충을 위해 지난달 30일 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손보사에서는 MG손해보험이 43.4%로 경영개선 권고 발동 기준(100%)을 크게 밑돌았다. 롯데손보(150.8%)는 권고 수준을 가까스로 넘었다.

MG손보는 지난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돼 현재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고 있다.

지급여력 제도는 보험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을 보더라도 이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기자본을 보유하도록 하는 건전성 감독규제다. 이는 경영활동 제한이나 부실 금융기관 지정 등 감독 당국이 강력한 규제 조치를 발동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되기도 한다.

금융당국은 이 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진 경우 경영개선 권고를 내릴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6월부터 RBC 산출 시 완화된 자본 규정을 적용하도록 허용했음에도 일부 보험사들의 지급여력 비율이 권고 수준에 미달하거나 가까스로 웃돈 것은 지난해 말 시장금리 상승으로 보유자산 평가 가치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또한 보험사 RBC 비율은 금리 상승 여파로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된 채권의 평가이익이 감소하면서 감소 추세를 보여왔다.

올해부터는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보험업권 새 회계기준(IFSR17)이 시행된 가운데 감독규제인 지급여력 제도도 시가평가를 반영한 새 지급여력 제도(K-ICS)로 바뀌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 및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여파로 금융권 불안 리스크가 크게 감도는 상황이라 보험사들은 재무 건전성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