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대표 후보 사퇴에, 거버넌스포럼 "국민연금 원하는 후보 추천될 때까지?"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27일 후보직을 공식 사퇴한 가운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반복되는 대표이사 후보 사의는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관점에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논평을 냈다.

거버넌스포럼은 이날 'KT의 반복되는 대표이사 후보 사의 표명에 관한 논평'을 통해 "국민연금공단이 원하는 후보가 추천될 때까지 혼란이 계속될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후보는 지난 7일 KT 이사회로부터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내정됐지만 여권을 중심으로 한 사퇴 요구와 검찰의 수사 압박을 받아왔다.

포럼에 의하면 구현모 전 후보가 사퇴하는 과정에서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서원주 기금운용본부장이 '소유가 분산된 기업의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와 공정한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며 KT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다. 국민연금은 KT의 지분 9.95%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포럼은 "국민연금의 특정 기업에 대한 문제제기가 매우 이례적"이라며 "과연 KT의 기업가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하는 진심인지 아니면 정부의 의중을 관철하려는 목적인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구현모 전 후보가 사퇴한 이후 윤경림 후보 선임 의안에 대해 ISS, 서스틴베스트 등 국내외 의결권자문사들은 대부분 찬성을 권유했다. 포럼은 "공교롭게 김태현 이사장이 '소유분산기업의 이사 추천은 주요 과점주주의 의사가 반영돼야 한다'고 의견을 표명한 뒤 윤경림 후보가 사의를 표명했다"고 언급했다.

포럼은 "KT의 이사회가 최대주주를 포함해 특정인이나 특정세력의 사익에 복무하지 않고 외압에 흔들리지 않으며 임직원과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지가 중요하다"며 "그런데 KT의 이사회 구성과 대표이사 추천 절차를 보면 과연 독립성, 공정성, 전문성을 담보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꼬집었다.

KT의 정관상 이사 연임 결정을 위한 절차를 살펴 보면 심사대상자 선정은 지배구조위원회가, 심사는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다. 여기엔 사내이사 1인이 포함돼 있다. 포럼은 "직전 대표이사의 업무를 보좌하던 사내이사가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에 참여한다면 과연 독립성,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사외이사의 구성이 정치적이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KT의 사외이사진을 보면 이강철, 김대유 사외이사는 노무현 대통령 비서관이었고, 유희열 과학기술부 차관 역시 노무현 대통령의 자문위원이었다는 것이다.

포럼은 "KT 이사회가 아무리 신중히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구성 속에서 추천된 대표이사가 시장과 KT 전체 주주로부터 강한 권위와 신뢰를 얻기는 쉽지 않다"며 "사업에 대해 깊은 이해과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절반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포럼은 "KT를 비롯해 모든 상장기업에 공히 해당되는 명제"라며 "대표이사 추천 이전에 먼저 이사회 독립성, 특히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