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식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3년 3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보고서에 의하면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 견조한 기조적 물가압력,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 등을 고려시 높아진 금리수준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으며 이 경우 부동산 부문의 부진이 심화·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주택가격은 2020년 이후 소득 등 경제여건과 괴리된 상태로 큰 폭 상승하면서 조정압력이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중반 이후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조정국면에 진입했으나 여전히 소득, 사용가치 등과 괴리가 있는 모습이다.
한은은 그간의 주택가격 상승은 저금리 기조 하에서 가격 상승기대가 확산되고 수요대비 공급이 제한되었던 점 등에 상당 부분 기인하는 것으로 봤다. 주택구매시 레버리지(leverage) 활용이 확대됨에 따라 주택가격 및 가계대출의 금리민감도도 커졌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향후 주택가격 조정과 가계부채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이 함께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높아진 금리수준과 주택가격 하락기대, 주택경기 순환주기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주택가격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주택가격 기대심리의 높은 지속성을 고려할 때 향후 하락기대 심리가 상당기간 이어지면서 주택가격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최근 매매·전세가격의 동반 하락은 주택경기 둔화 및 디레버리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통상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은 가격이 상반된 흐름을 보이는 경향이 있으나 최근에는 이자부담에 따른 전세수요 위축으로 매매·전세가격이 동반 하락하고 전세가율의 하향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호황기에 누적된 갭투자 주택 물량은 임대인들이 매도에 나설 경우 주택가격 하방 압력을 높일 수 있으며 매매가격이 기존 임대차 계약의 임대보증금보다 낮아질 경우 임차인들의 리스크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한은은 그간 크게 확대된 금융기관의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exposure)는 향후 부동산 경기 부진이 심화될 경우 금융시스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분양시장 경기가 둔화되면서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한 건설사의 재무여건과 부동산 금융 리스크가 높은 일부 비은행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분양시장 여건에서는 사업초기 사업장은 고금리 부담, 공사원가 상승, 금융기관의 PF대출 취급 기피 등으로 일부 사업의 지연 및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완공전 사업장도 미분양 재고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권별 부동산 금융 관련 리스크로는 은행은 관련 리스크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나 비은행 금융기관의 경우 자본적정성과 유동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앞으로 부동산 경기의 둔화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계부문의 디레버리징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따라서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가 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 경계감 확산과 이에 따른 금융불안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한계부문을 조기에 식별하고 정리를 유도하여 거래상대방 위험을 낮추는 것이 긴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부동산 PF 금융은 구조조정이 지연될수록 관련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부동산 PF 문제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 겪으면서 한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살아남을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관련 부서와 유기적으로 협의, 확인하고 있다"며 "과감하게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는 시각과 살려두는 게 경제충격이 덜하고 중장기적으로도 낫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잘 관리할 것으로 믿고 있으며 한은도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