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효과 차주에 전가하는 구조가 문제...금리산정체계 점검"
"은행 사정에 맞게, 차주 특성에 맞게 '룸' 활용해 달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 원장은 이날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 현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나친 물가상승이 초래하는 경제주체들의 고통은 다른 어떤 것보다 더 강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최근 미국의 물가나 금리 상황이 여전히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 명확하다"며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 금융시스템의 건전성과 소비자 부담으로 인한 리스크 이슈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준금리 상승이나 시스템 변화로 인해 금리변동이 일어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시장의 자율적인 원리에 맡겨놓겠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라면서도 "이미 오른 금리수준에서도 금융소비자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들이 어느 정도 '룸(여력)'이 있기 때문에 그 룸을 해당 은행에 맞게, 차주 특성에 맞게 적절히 활용해주는 건 고통을 분담하고 상생하는 노력 차원에서 (시장 방향성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자발적 노력을 해준 KB에 감사한 마음이지만 은행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다른 데도 좀 해달라' 먼저 말씀드리진 못 한다. 감독당국은 은행과 최대한 호흡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의 노력이 통화정책 발현에 저해된다는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통화량이나 잔액기준 이자율 변동 추이를 보면 계속 상승 국면에 있다"며 "복잡한 경제학적 논의를 떠나서 금융소비자들이 이렇게 고통받는 것 자체가 통화정책 효과의 발현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은행간 경쟁을 촉진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은행 숫자가 5개면 경쟁적이고, 7개면 경쟁적이지 않다는 생각은 아니다"라며 "실질적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이렇게 금리가 많이 올랐을 때 금리인상 효과가 고스란히 차주에게 전가되는 구조로 은행들이 영업할 수 있는 게 자유롭다는 부분이 좀 문제가 있지 않겠나"라며 "금리산정 체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면 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연내 도입 예정인 주택담보대출 온라인 대환대출 플랫폼과 관련해 "은행권의 경쟁환경 조성이슈와 맞물려 있는 부분이 있다"며 "다만 쏠림이 발생하거나 다른 리스크 요인이 있을 수 있어 향후 점검이 필요할 것 같다. 참여 금융기관과의 이해관계를 조율해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이사회와의 정례적 면담 실시와 관련해서는 "3월 주주총회가 정리되면 4월 이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특정한 경영 이슈나 인사 자체에 대한 의견을 드린다기보다는 거버넌스 측면에서 좀 더 효율적이고 선진적이고 경쟁적인 방식의 운영을 해달라는 말씀을 드리는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우리금융지주가 연말연초에 여러 이슈가 있었지만 새로운 회장과 CEO진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나 금융지주의 경쟁력 강화,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감독 행정이나 제도적 측면에서 지원해 드릴 부분은 지원하려는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