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디지털 채널 효용성 개선 위해 대화형 AI 투자
금융당국, 인공지능 리스크 관리체계 마련 중
"금융 말뭉치의 양·질 따라 AI 성능·리스크 결정"
◆…챗GPT 로고. 로이터 제공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7일 '금융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역할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에리카(Erica)처럼 문자와 음성 대화를 통해 계좌조회, 예산추적, 청구서관리, 재무계획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지원하는 인공지능 기반 가상 금융비서의 출현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에리카는 지난해 10월 기준 320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상반기중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예금 등 금융상품에 대한 이용자의 궁금증을 풀어줄 금융전문가를 소개해주는 기능도 담을 예정이다.
금융회사가 챗GPT와 같은 대화형 인공지능에 투자하는 이유는 디지털 채널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 선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금융소비자의 디지털 채널 의존도가 급증한 만큼 의사소통의 부재라는 디지털 채널의 한계를 극복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봤다. 대화형 인공지능의 도입이 금융소비자의 디지털 경험과 디지털 채널의 효용성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마케팅과 자산관리 등 전선(front) 업무에 활용될 수 있는 대화형 인공지능은 금융회사의 수익증가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주문처리 등 중선(middle)업무나 데이터처리 등 후선(back)업무에 활용되는 인공지능은 비용절감을 목표로 한다.
금융당국은 일찌감치 인공지능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21년 '금융분야 인공지능(AI)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지난해 8월엔 '금융분야 인공지능(AI) 활용 활성화 및 신뢰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과제를 추진 중이다.
이 선임은 인공지능 리스크 관리체계를 갖춘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금융 '말뭉치(corpus)' 필요성을 강조했다. 말뭉치는 인공지능이 언어적 구조를 가지는 문자 또는 음성 데이터를 가공‧처리‧분석할 수 있는 형태로 모아 놓은 자료의 집합체를 말한다.
이 선임은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인공지능이 '설명가능하거나 책임있는 인공지능'의 요건을 충족하려면 대량의, 양질의 금융 말뭉치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고유의 금융 말뭉치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노력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하반기 착수한 금융 말뭉치 구축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 말뭉치의 양과 질에 따라 인공지능 기반 금융서비스의 성능과 리스크가 대부분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