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사 PF 우발채무 20.9조...매입확약이 94.2%
시공사 분실 등 신용위험 시 우발채무→확정채무 가능성
우발채무 비중 90% 넘는 중소형사 2곳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의 타워크레인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4일 발간한 '부동산 PF 대출 관련 증권사의 우발채무'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말 현재 부동산 PF 대출 관련 증권사의 우발채무는 21조원에 육박하며, 매입보장에 비해 매입확약의 비중이 9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개발사업은 시행사의 신용도나 담보 대신에 미래에 예상되는 사업의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대출을 실행하는 PF 기법에 주로 의존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
시행사는 부동산 개발사업의 전 과정을 주도하는 사업의 주체이나, 자본력 부족으로 사업 초기에는 토지매입비용 등의 운영자금을 금융회사로부터 차입(브릿지론)해 충당한다. 인허가가 완료되면 금융회사로 구성된 대주단으로부터 본PF 대출을 일으켜 브릿지론 상환, 공사비 지급 등의 용도로 활용한다.
PF 대출을 실행하는 금융회사(대주단)는 PF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해 유동화증권을 발행 · 매각함으로써 리스크를 분산시킨다. 증권사의 우발채무는 유동화증권에 대한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증권사는 차환발행되는 유동화증권이 시장에서 전액 소화되지 않을 경우 증권사가 미매각분의 매입을 약속하는 매입보장(유동성공여형)과 PF 대출자금 상환을 지급보증하거나 미분양물을 담보로 PF 대출자금 상환을 위한 대출의 실행을 확약하는 매입확약(신용공여형) 방식으로 유동화증권에 대한 신용보강을 제공한다.
매입확약은 미매각 위험뿐만 아니라 신용위험까지 부담하는 만큼 매입보장에 비해 위험부담이 크다. 증권사가 매입확약 제공으로 취득하는 수수료(2~4%)도 매입보장 수수료(0.1~0.5%)보다 높다.
◆…한국금융연구원 제공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대형 증권사 8곳과 나머지 중소형 증권사 17곳을 구분해 살펴보면, 대형사의 우발채무는 12.4조원(59.5%)으로 중소형사(8.4조원)보다 약 4조원 가량 많았다.
중소형사가 보유한 우발채무 규모는 대형사보다 작지만, 매입확약 비중은 98.7%(8.3조원)로 대형사의 91.7%(11.4조원)를 웃돌았다.
매입확약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증권사가 부동산 PF 대출과 관련된 신용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김 선임은 "이는 시공사 부실이나 미분양 확대, 입주포기 증가에 따른 신용사건 발생 시 증권사의 우발채무가 확정채무가 될 가능성이 높고,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소형사는 우발채무의 상당부분이 고위험군 부동산 PF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어 신용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중소형사 중 일부는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규모가 과도하게 커서 신용위험 현실화 시 자본적정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소형사 17곳은 평균 43.8%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을 보이나 이 비중이 60%대인 중소형사는 3개, 90%를 넘는 중소형사는 2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 선임은 "고금리, 경제성장세 둔화, 부동산시장 부진 등 비우호적 경제환경 지속 시 부동산 PF 대출이 부실화해 고위험군 유동화증권에 대한 우발채무를 집중적으로 보유한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재무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으므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