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푸틴의 핵군축조약 참여중단 선언에 "큰 잘못"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것에 대해 "큰 잘못(big mistake)"이라고 말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폴란드를 방문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부전선 국가 간의 안보 협의체인 '부쿠레슈티 9개국(B9)'과의 정상회의를 위해 바르샤바 대통령궁에 도착한 직후 취재진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 푸틴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양국 관계가 악화한 건 전적으로 미국의 잘못"이라면서 "러시아는 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한다"고 선언한 데 대한 반응이다.

앞서 러시아는 하원(국가두마)은 푸틴 대통령이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지 몇 시간 만에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외무부는 "이번 결정은 뒤집힐 수 있다"면서도 "미국이 정치적 의지와 긴장 완화를 위한 선의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B9 정상들에게 "B9은 우리(나토) 집단방위시스템의 최전선"이라며 "동맹국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음 행보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가장 위태로운 것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유럽, 전 세계의 민주주의 자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나토조약 5조를 거론한 뒤 "이는 미국의 신성한 약속이다. 나토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정말 명확하다"며 "그것은 한 치의 나토 영토라도 방어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우리는 예전처럼 강할 뿐 아니라 더 강력해졌다"며 "우린 우크라이나가 자유를 수호하는 한 우크라이나를 계속해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조약 5조는 나토 설립의 근간이자 회원국 중 한 국가가 공격받으면 전체 공격으로 간주해 무력 사용을 포함한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도 글을 올려 "자유보다 더 소중한 단어, 더 고귀한 목표, 더 높은 열망은 없다"며 "러시아가 침공했을 때 우크라이나만이 시험 대상이 아니었다. 전 세계 민주주의가 '우리가 대응해야 할 것인가, 다른 길을 봐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그 답을 안다. 강력하고 단합된 모습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유를 지지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세계를 결집한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의 리더십에 감사한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글을 게시하며 "우린 당신이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 필요할 때까지 당신과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9은 폴란드, 불가리아, 체코, 에스토니아, 헝가리,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로 구성됐으며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에 대응해 발족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상들은 나토 동부전선 강화와 나토 정상회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지원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2014년 크림반도 등 사례를 언급하며 "러시아가 계속해서 유럽의 안보를 잠식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 우리는 러시아 침략의 순환을 깨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더 많은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고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줘야 한다"고 부연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 내 안보 상황을 변화시켰다"며 "나토 동맹국들은 올해 7월 정상회의를 앞두고 필요한 다음 행보에 대해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1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바이든 대통령은 폴란드 순방 등을 마치고 22일 미 워싱턴DC로 복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