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 은행권 필두로 줄줄이 대출 금리 인하 

KB국민·우리은행 등 은행권 줄줄이 주담대 등 대출 금리 인하 시작

인터넷은행과 증권· 카드사도 금리 인사에 동참... 전 금융권에 확산

尹대통령, 금융당국에 "국민 위화감 해소 대책 마련" 지시가 크게 작용

서민들 "체감하는 금리 인하 절실"에 금융권 추가 금리 인하 나설 지 주목

KB국민·우리은행 등 거대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은 물론 삼성증권 등 증권사와 카드사들이 최근 연쇄적으로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다. 금융권이 '이자 장사'를 한다며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전방위적 압박과 비판적 여론에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28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55%포인트(p) 낮추기로 했다. 상품별로는 KB주택담보대출 금리(신잔액코픽스 기준)가 최대 0.35%포인트, KB주택전세자금대출·KB전세금안심대출·KB플러스전세자금대출의 금리는 최대 0.55%포인트 인하된다.

KB국민은행이 대출 금리를 내린 것은 최근 3개월 사이 세 번째다. 지난해 12월 주택담보 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각각 최대 0.5%포인트, 0.75%포인트 낮췄다. 지난달 26일에는 주택담보 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최대 1.3%포인트 내린 바 있다.

우리은행은 이날 고객의 거래실적 등에 따른 우대금리를 확대해 사실상 실질 금리를 낮췄다. 주택담보대출(신잔액코픽스 기준)은 6개월 변동금리 0.45%포인트, 주택담보대출 5년 변동금리는 0.20%포인트씩 우대금리를 추가로 늘렸다.

결과적으로 신잔액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는 5.69~6.71%에서 5.46∼6.26%로, 5년 변동금리는 5.24∼6.24%에서 5.04∼6.24%로 낮아졌다. 많게는 0.45%까지 적게는 0.20%까지 대출 금리가 하향 조정되는 셈이다.

'울며 겨자먹기식' 금리인하?... 당국과 정치권 압박 강해

예대마진 차로 은행권이 막대한 수익을 거두면서 고액 성과급 논란, 즉 ‘돈 잔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은행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줄줄이 대출금리 인하에 나선 것이다.

이와 같은 금리 인하 움직임에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은행의 돈 잔치로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금융당국에 직접 지시한 것이 주효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은행권은 3년간 10조원 규모를 출연해 사회공헌 차원의 환원 정책을 펼치겠다고 발표하는 등 진화에 부심했지만, 여전히 ‘생색내기식 방안’이라며 비난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 보다는 실질적이 이자 비용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이날부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금리를 최대 0.70%포인트 인하해 최저금리가 모두 4%대로 낮아졌다. 아울러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최대한도도 각각 기존 2억5000만원, 2억원에서 3억원과 2억4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에 고객의 이자 부담을 덜고 금융 혜택을 늘리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한도는 늘렸다”고 밝혔다.

증권사, 카드사도 대출금리 인하 동참... 전 금융권 확산되나?

한편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높여 비판을 받던 증권사들도 최근 잇따라 금리를 인하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신용거래융자·주식담보대출 이자율을 다음 달 1일부터 최고 연 9.8%에서 9.5%로 0.3%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은행 또는 비대면 개설 계좌인 뱅키스 고객을 대상으로 최고구간(30일 초과) 이자율을 현행 9.9%에서 9.5%로 0.4%포인트 낮춘 바 있다.

삼성증권은 구간별로 이자율을 0.1~0.4%포인트 낮췄다. 현대차증권도 31일 이상 90일 이하 구간, 90일 초과 구간을 기존 대비 각 0.4%포인트, 0.6%포인트 내리는 등 금리 인하 대열에 발을 맞추고 있다.

카드사들도 지난 20일 신용대출 금리를 줄줄이 인하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우리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 등이 장기대출 성격인 카드론의 평균금리를 지난 1월 대비 적게는 0.36%, 많게는 1.66%포인트를 내렸다.

개인 신용대출의 경우도 삼성카드와 신한카드 등은 지난 1월 기준 전월 대비 적게는 1.25%에서 많게는 2.77%포인트 인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우리카드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6.36%를 기록하는 등 최고 16%대에 육박했던 카드론 금리가 최고 15%대로 하락했다.

은행권, 대출 중도 상환 수수료 면제... 인터넷 뱅킹 이체 수수료 면제도 시행 중

이와 별개로 은행들은 대출을 중도 상환할 때 받던 수수료도 잇달아 면제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0일부터 신용평가사 5등급 이하 차주의 중도 상환 수수료 면제를 시행 중이고, 신한은행은 신용 등급 하위 30% 고객 대상으로 면제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6일부터 1년 한시적으로 대출 중도 상환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상환일 직전 월말 기준 KCB 신용 평점 하위 50% 차주 대상으로,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대출금 상환 시 면제된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2일부터 외부 신용평가사 기준 5구간 이하 저신용자에 대해 중도 상환 해약금을 면제하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에서 시행하던 인터넷 뱅킹 이체 수수료 무료화도 시행되고 있다. 신한은행이 올 초 타행 이체 수수료와 타행 자동 이체 수수료를 전액 영구 면제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도 이체 수수료 무료화를 발표했다.

이처럼 금융권이 잇따라 대출금리 인하 및 인터넷 뱅킹 이체 수수료 무료화 등에 적극 나선 데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점차 낮아지고, 수신금리 인상 경쟁도 잦아들면서 대출 금리 인하 여력이 발생한 부분도 있지만 정부의 압박과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좀 더 실효성 있고 서민들이 몸소 체감할 수 있는 대출금리 인하가 절실하다는 요구에 부응한 것으로 읽혀진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금융당국을 향해 “생색내기가 아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은행권의 이자 부담 경감 방안을 가져오라”고 강력 요구해 금융권은 더욱 ‘고립무원’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금리 인상기 예대 마진을 늘리며 사상 최대 수익을 낸 은행권을 필두로 ‘이자 장사로 돈 잔치를 하고 있다’는 오명을 덮어쓰고 있는 금융권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할 수 있는 처방을 추가로 내어 놓을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