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위계층’이었지만 공과금이나 월세 밀리지 않아 복지 사각
◆…자료사진:연합뉴스
“폐를 끼쳐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긴 채 경기도 성남에서 생활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모녀의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서대문구 모녀 사망' 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정부와 일선 지자체가 노력했지만 비극적인 일이 또 다시 일어났다.
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오전 11시30분쯤 경기 성남시 한 다가구 주택 주거지에서 70대 어머니와 4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모녀는 이 주택에서 10년 넘게 월세를 내며 거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며칠 동안 모녀의 인기척이 없는 것을 수상히 여긴 집주인이 자택을 강제 개방해 이들이 숨진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집안에는 모녀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장사하면서 빚이 많아졌다" “페를 끼쳐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자영업을 하는 딸의 소득이 월 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일정하지 않은 데다 채무 부담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녀는 기초생활수급자 바로 위 계층인 ‘차상위계층’이었지만 공과금이나 월세를 밀리지 않아 복지 사각지대에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검을 마친 모녀는 장례 없이 함께 안치됐다.
앞서 지난해 11월 서울 서대문구에서도 생활고에 시달리던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이 살던 집 현관에는 수개월 동안 밀린 각종 고지서가 쌓여 있었다. 이들 모녀는 주소지 이전이 이뤄지지 않아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2022년 수원 세 모녀 사건, 2020년 방배동 모자 사건 등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구의 죽음이 되풀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