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中 경제회복, 유가 상승 우려...韓 건전재정 기조 유지"

달러 가치가 지난해 10월을 정점으로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한국의 수혜가 기대되는 한편 유가 상승 우려도 제기됐다. 이와 함께 고금리에 따른 정부부채에 대비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은 1일 한은과 대한상의가 공동 개최한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한국경제의 대응 방안' 세미나에서 대담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먼저 이 총재는 '달러로 받은 수입대금을 언제 원화로 바꿔야 하냐'는 기업인의 질문을 소개하며 환율 전망을 물었다.

신 국장은 "환율은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데 통화정책이 큰 몫을 차지한다. 인플레이션이 안정된다면 추가적인 통화 긴축을 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라며 "달러가 작년 10월 정점을 찍었다. 물가에 큰 변화가 없는 한 달러 가치는 추세적으로 안정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중국 수출이 어려워 새로운 납품업체를 발굴할지 고민이다, 미-중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이냐'는 수출 기업의 애로사항도 전했다. 그는 "과거 중국의 낮은 임금을 기초로 중간재를 수출하는 패턴이었다면, 지금은 임금이 오르고 경쟁이 심화했다"며 "20년간 특혜를 누렸던 데서 벗어나 구조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신 국장은 "거래상대방 다변화를 통한 리스크 관리는 중요하지만 중간재 무역에서 중국 비중이 워낙 크기에 완전히 배제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며 "한국기업 입장에서는 몇몇 전략적 종목 외에는 미-중 갈등이 과연 큰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미-중과 모두 관계를 유지하는 한국에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2%로 상향했다"며 "BIS는 어떻게 전망하나, 한국이 중국 경제 회복에 따른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보나"라는 이 총재 질문에 신 국장은 "BIS는 경제성장률을 예측하지 않지만 IMF와 비슷한 견해"라며 "중국 리오프닝으로 수요가 반등하면 최종소비재에 한해 많은 혜택이 예상된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과 중국은 중간재 수출·수입, 글로벌 가치사슬의 중요한 나라인 만큼 세계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가장 중요할 것 같다"며 "글로벌 수요가 세계 경제를 견인할 요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申 "美·유럽 경제 연착륙 가능성 조심스레 거론돼"... 유가 안정화 예상도

미국·유럽의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해 신 국장은 "연착륙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는 "지난해 중반 유럽 경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달러 강세로 인플레이션 쇼크, 경기냉각이 급격히 진행됐다"며 "최근 들어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안정화되면서 오히려 연착륙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도 고용시장이 균형을 되찾고 경기가 어느정도 가라앉는다면 연착륙할 수 있으리라 본다"며 "중앙은행은 시장 반응을 적절히 감안해 실물경제에 맞게 금융이 움직이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싶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유가 흐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하고 있다"며 "중국의 경제회복으로 실물경제가 좋아지는 한편 석유 수요가 증가해 유가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신 국장은 "최근 수십년간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많이 낮아졌다"며 "원유 자체를 두고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부부채, 새로운 테마로 부상... 가계부채도 실물경제에 직접적 타격 줄 것

끝으로 이 총재는 "전세계적으로 높은 이자율이 부채에 영향을 미쳐 경제 위기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라고 물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크고 부동산 의존도가 높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신 국장은 "가계부채는 금융안정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의 활기에도 직결된다. 이자부담이 늘어나면 소비가 줄고 실물경제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준다. 기업부채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정부부채'가 올해 새로운 테마로 부상하지 않을까 싶다. 고금리 상황에서 정부재정을 어떻게 운영하는지가 큰 문제"라며 "세계 경제를 견인할 동력으로 재정지출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한국은 재정건정성이 튼튼한 편이지만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국채비율이 급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한은과 기재부도 우리 재정을 건전기조로 유지하는 데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물가 안정뿐만 아니라 위기 관리에도 정책 고조가 잘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