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628채 매수한 빌라왕 김모씨 일당 검거
동시진행 수법으로 보증금 80억원을 편취
◆…숨진 빌라·오피스텔 임대업자 정모 씨 사건과 관련해 실제 집주인, 다시말해 '빌라왕'의 배후로 추정되는 신모씨가 1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2023.1.12 사진:연합뉴스
'무자본 갭투기' 방식으로 다세대 주택을 사들여 임차인들의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일당 78명을 검거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전세 보증금 수십억원을 편취한 컨설팅업체 직원과 분양 실장들, 세입자를 모집하는 전세 브로커 등 일당 78명을 검거했다고 13일 밝혔다. '빌라왕'의 배후로 지목됐던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 신모씨와 또 다른 '빌라왕' 김모씨 등 2명은 구속된 상태다.
경찰은 빌라왕 정씨 사건 수사 과정에서 대리인이 위임장을 들고 다니며 매매·임대 계약을 한 사실을 확인하고 실제 거래 주체가 누구인지 추적한 끝에 해당 컨설팅 업체의 존재를 파악했다.
김씨등 전세사기 일당은 2017년 7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인천 등에서 주택 628채를 매수 후 임차인 37명으로부터 보증금 80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동시진행이 가능한 매물들을 물색해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진행은 임대차 계약을 맺은 동시에 매매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자기 자본없이 전세보증금만으로 주택을 취득하는 '무자본 갭투자'다.
이들은 세입자에게 실제 매매가보다 임대차보증금을 높게 받아 건축주 등에게 빌라 매수대금을 지급하고 그 차액만큼을 '리베이트'로 돌려받는 방식을 이용했다. 이들이 챙긴 리베이트는 한 건 당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으로 편취한 금액만 8억 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김상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일 오후 신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증거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신씨는 서울 강서·양천구 일대에서 신축 빌라와 오피스텔 약 240채를 사들여 세를 놓다가 2021년 7월 돌연 제주에서 사망한 빌라왕 정씨의 배후 인물로 지목된 인물이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된 대표 신씨를 통해 그가 다른 '빌라왕'들과도 공모관계가 있었는지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