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한 헌 옷의 역풍...아프리카에서도 쓰레기로 매립돼 소각

칠레, 헌 옷 3만9000톤 아타카마 사막에 그대로 매립

의류 폐기물로 배출된 미세플라스틱 결국 바다로 흘러

지속가능한 패션을 지향하는 슬로우 패션 등장

‘파타고니아’...‘이 재킷을 사지 말라' 파격적 광고 내세워

변호사로 활동하는 이재경 건국대 교수는 지난 11월에 열린 ‘섬유패션업계 정책 토론회’에서 "‘유행’에 따라 소비자 취향이 달라지는 패스트 패션으로 소비자 1명의 옷 구매량이 15년 전보다 60% 증가하고 옷의 수명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행이 지난 옷들은 플랫폼을 통해 중고로 판매하거나 의류 수거함에 들어간다. 의료수거함에서 수거된 옷들 중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제품은 소독 후 수출·판매·폐기 처분으로 진행된다.

맥킨지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약 1000억 벌의 옷이 만들어지고 9200만 톤의 옷이 버려진다. 버려진 옷들은 대부분 칠레와 인도 등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지만 재활용 비율은 극히 낮다.
 
아타카마사막이 의류 폐기물로 오염되면서 환경 피해는 심각해졌다. 보통 순면은 2년 정도면 분해되지만 폴리에스터 원단은 분해되는 데 200년 이상이 걸린다. 이렇게 배출된 미세플라스틱은 바다로 흘러가고 결국 바닥에 가라앉는다. 화재도 빈번하게 발생해 짧게는 2일, 길게는 10일까지 지속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도 미국, 유럽 등의 국가가 기부한 옷들 중 40%가 곰팡이나 기후에 맞지 않아 매립지에 버려져 소각되고 있다. 앞서 동아프리카공동체(EAC)는 2016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중고 의류 수입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합의했으나 미국 등 수출국들의 일자리 감소 우려로 인한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패션산업은 두 번째로 물 사용량이 많은 산업이다. 흰 티와 청바지 한 벌을 만들기 위해 소비되는 물의 양은 각각 2700리터와 7000리터의 물이 사용된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의류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폴리에스테르와 같은 합성섬유는 매년 3억4200만 배럴의 기름이 필요하다.

미국의 온라인 중고 판매 플랫폼 ‘쓰레드업(ThredUp)’은 지난 2020년 패션 탄소 발자국 계산기를 공개하면서 재킷과 드레스, 청바지가 가장 많은 탄소를 발생시키는 옷들이라고 지목했다. ‘쓰레드업'은 의류 수명을 1년 연장하면 탄소 발자국을 25%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렇게 환경문제가 전 세계의 화두로 떠오르자 패션업계에서도 지속가능한 패션을 지향하는 슬로우 패션이 등장했다. 슬로우 패션은 빠른 소비와 폐기를 반대하며 고품질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닌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성명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재활용 섬유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팔리지 않은 재고품을 폐기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규제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U가 이처럼 규제에 나선 것은 패스트패션이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생산과 폐기를 반복했던 패스트패션 업체들은 새 규정의 도입으로 기존 운영체계 방식에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