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미분양 대책으로 "규제완화 통한 주택 수요기반 안정화" 제시(종합)

한은, 21일 금융안정보고서 발표… "부동산 기업금융 부실 우려 커져"

전국 미주택 물량, 1만4천가구(2021년)→4만7천가구(2022년 10월) 급증

부동산 실물경기 악화, 금융위험으로 확산 우려... 사전 차단에 공감대

한은, 단기적으론 '적기의 유동성 공급', 장기적 '규제완화, PF 한도관리 등'

정부, 21일 과도한 부동산 규제 완화 방침 내놓아... 실수요자에 '희소식'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7000가구를 넘어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미분양 주택 물량은 2021년 9월 1만3842가구까지 줄었으나 올해 들어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며 지난 10월 기준 4만7217가구다. 수개월 간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근본적인 이유다.

이렇듯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규제완화 등을 통해 주택 수요 기반을 안정화시켜 미분양 물량을 줄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부동산 실물 경기 악화가 금융 위험으로 전파될 수도 있어 미리 차단하겠다는 취지인 것으로 읽혀진다.

한은은 22일 내놓은 2022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 최근 부동산 기업금융의 주요 특징 및 잠재리스크 평가 보고서를 통해 최근 부동산 익스포저가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건설·부동산업대출, 프로젝트파이낸스(PF)대출 등 부동산 기업금융에 대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상승, 부동산경기 둔화, PF 관련 신용사건 발생 등을 계기로 부동산 기업금융의 유동성·신용 리스크가 크게 부각됐다. 특히 건설사의 경우 PF유동화증권 지급보증 확대로 파급경로 상 단기금융시장의 유동성 리스크가 PF대출 및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의 신용 리스크로 전이되는 주요 연결고리로 작용했다.

한은은 "단기적으로 일시적 유동성 경색이 정상기업과 금융기관 신용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단기자금시장 등에 대한 적기의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은은 "장기적으로 미분양 부담 완화를 위해 규제완화 등을 통해 주택 수요 기반을 안정화시키고 금융기관의 부동산 기업금융 취급 한도 관리를 통해 과도한 리스크 추구 행태를 차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건설·부동산업과 PF 대출은 각각 580조7000억원, 116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1월말 기준 PF 유동화증권 발행 잔액은 35조2000억원이다. 이중 PF 유동화증권 발행 잔액 거의 대부분은 내년 상반기 전에 만기가 도래한다.

결과적으로 단기금융시장 위축으로 PF 유동화증권 차환에 실패하고 만기 연장도 실패하면 건설사와 시행사는 물론 증권사도 유동성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미분양 주택이 쌓일수록 시행사와 건설사 등에 빌려준 대출이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아져 부동산 실물 경기 악화가 금융 위험으로 전파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 분석 결과 집값 하락 등 부동산 경기 부진이 1년 정도에 그칠 경우 금융권 재무 건전성(자본비율)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한다. 하지만 단기라도 PF 관련 유동성 위험이 생기면 자본비율은 하락한다.

만약 부동산 경기 부진이 3년 이상 이어지고 집값도 30%이상 떨어지면 금융권의 자본비율 하락폭이 커져 국제결제은행(BIS)비율 규제 기준을 밑도는 금융기관도 나올 수 있다.

보고서는 현재 부동산 기업금융은 과거 PF 부실사태 당시와 비교할 때 부실 정도가 크지 않고 금융기관 복원력도 양호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부동산 기업금융 규모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금리가 높아지고 주택가격 하락세가 가파르다는 점 ▲PF 유동화증권을 통해 자본시장과 부동산 PF대출 간 연계성이 높아진 점 ▲비은행권의 익스포저가 확대된 점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욱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동산 PF 우려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담보가 주어진 게 아니라 사업성에 따라 부실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부동산 PF의 대출 연체률은 굉장히 낮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이어 “위험이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PF 부실화 정도는 2011년말 11%였으나 지금은 0.5% 수준으로 현재 금융업권의 자본비율은 양호하고 손실흡수력이 높은 상황”이라고 높은 리스크 상황은 아님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2011년은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주택가격 하락세가 완만했지만 지금은 금리 상승기이며 주택가격 하락세가 다소 급한 차이가 있다”고 다소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에 한은은 단기적으로는 일시적 유동성 경색이 정상기업과 금융기관의 신용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단기자금시장 등에 대한 적기의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미분양 부담 완화를 위해 규제완화 등을 통해 주택수요 기반을 안정화시키고 금융기관의 부동산 기업금융 취급 한도 관리를 통해 과도한 리스크 추구 행태를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8일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에 따르면, 12월 서울 아파트 분양전망지수가 47.2로 지난달(51.2)보다 4.0포인트 급락했다. 분양 전망 지수는 분양을 앞뒀거나 분양 중인 단지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로, 지수가 100 초과면 ‘긍정적’ 100 미만이면 ‘부정적’이란 의미다.

전국 아파트 분양 전망 지수는 지난달 보다 7.8포인트 상승한 52.4를 기록하며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내년 대단위 부동산 미분양 사태로 우리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하고 있다. 과거 2012년 당시 보였던 부동산 가격 하락에 비해 장기 침체 조짐이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건설사들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에는 최근 분양 결과 300가구 이상 미분양으로 남았다. 미분양 사태가 이어진다면 조합 시행사, 지급 보증한 건설사의 자금 부담이 가중된다.

반가운 소식도 전해진다. 지난 21일 기획재정부가 ‘2023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내년 초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과도한 실거주 의무와 전매제한 규제가 5년 전 수준으로 환원된다.

규제가 완화될 경우 현행 최대 5년까지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는 없어지고 최대 10년까지 적용되는 전매제한은 등기시점 혹은 1년까지 대폭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둔촌주공, 장위4구역 등 서울 정비사업 단지들과 동탄2신도시의 특별계획구역 등이 대표적으로 실거주 의무 및 전매제한 규제 완화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최근 신규분양 청약 이후 실거주 의무, 전매제한 등 과도한 규제로 청약에 당첨됐음에도 계약을 망설이던 수요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