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로이터>
4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한국, 2000억 달러(약 260조 원)를 투입했지만 아이를 가지게 할 만큼 충분치 않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베이비페어 시즌이 돌아왔다. 그러나 해당 산업은 축소되고 있고 고객도 줄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특히 한국의 지난 3분기 합계출산율이 0.79명을 기록한 것과 관련, “이는 세계 최저 출산율을 경신한 수치”라며 “안정적인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보다 훨씬 낮고 미국(1.6명)이나 일본(1.3명)보다도 낮다”고 밝혔다.
이같은 추세는 연금체제를 지원하는 노동인력의 부족에 직면한 고령화 국가에 문제를 야기하고, 높은 부동산 가격과 자녀 교육비 등 경제적 불안이 젊은이들로 하여금 가정을 꾸리는 것을 단념하게 만들었다고 CNN은 설명했다.
CNN은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입해도 한국의 저출산 현상이 역대 정부의 해결 능력을 넘어선 것으로 판명됐다”며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접근방식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덧붙였다.
CNN은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이 어린이집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가 지난 16년간 인구 증가를 위해 2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사실을 인정했다”면서 “현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위원회를 구성하고 재정적 지원을 약속하는 등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것 외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만 1세 이하 양육비(가정양육 시 월 30만 원, 어린이집 이용 시 월 50만원)를 내년부터 월 최대 70만 원, 2024년엔 월 최대 10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제4차 중장기 보육 기본계획안을 발표한 바 있다.
둘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베이비페어에 참석한 김모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정부 수당 명칭만 바뀌었지 우리 같은 부모에겐 더 이상의 혜택이 없다”며 정부 계획안에 회의적으로 답했다.
CNN은 “김씨 부부가 사적 육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첫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 일을 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지금처럼 자금 투입을 통한 일차원적 문제해결 방식이 아닌 평생동안 아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지속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CNN은 또 “한국에서 아기를 갖는 것은 남자와 여자의 혼인을 통해 맺어진 부부에 한해 기대되는 것”이라며 “한국 사회는 여전히 한부모 가정에 편견을 갖고 있다”고 했다.
CNN은 한국은 미혼 여성에게 체외수정(IVF)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동성 간의 결혼도 인정하지 않으며 아직 결혼하지 않은 커플의 입양을 어렵게 하는 등 전통적인 방식을 벗어난 관계의 커플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CNN은 “특히 육아에 관여하고 싶은 남편은 한국 기업문화가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면서 “한국은 사무실 문이 닫혀도 업무가 끝나지 않고, 오히려 참석하지 않으면 눈치를 주는 퇴근후 ‘팀 빌딩’(team-building) 문화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 ”서류상 부모의 육아 휴직은 늘었지만, 육아 휴직을 온전히 사용하는 것이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CNN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