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과 비속어에도 담긴 깊은 뜻이 있어

‘이새끼, 저새끼’는 상대방 부끄럽게 만드는 비속어

욕은 한자로는 욕(辱)이라고 쓴다. 옛날에는 농기구로 쓰인 조개껍데기를 뜻하는 진(辰)과 손을 나타내는 촌(寸)을 합하여 만들어진 글자가 바로 욕(辱)자다. 욕(辱)자는 한마디로 농기구(辰)를 손(寸)에 든 모습이다. 그래서 농업의 농(農)자에 별 진(辰)가 들어간 것이다.

고대 한자의 뿌리를 설명해 놓은 책인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경작시기를 놓치면 그 지역에서 욕(辱)을 당하기 때문에 ‘부끄럽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리고 논밭에서 농기구(辰)로 김·풀(草)을 매면 옷이 쉽게 더러워지기에 이름·명예를 더럽힌다는 뜻으로 쓰게 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내새끼, 이새끼, 저새끼’는 욕설(辱說)이 아니라 비속어(卑俗語)다. 새끼라는 단어 자체만으로 욕설의 의미로 사용할 수 있을까? 새끼라는 단어 앞에 시발(始發), 뒈질, 쳐 죽일 등과 같이 접두어가 붙어야만 욕설이나 비속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의 의식수준이 낮을수록 욕설(辱說)과 비속어(卑俗語)를 많이 사용함이 일반적이다. ‘이새끼, 저새끼’는 비교적 정도가 낮은 경우이고, ‘저런 경(黥)을 칠 놈!’ ‘급살(急煞)을 맞아 뒈져라!’ ‘에이 이 염병(染病)할 놈아’ ‘병신 육갑하고 있네!’ ‘오라질 놈’ ‘오살(鏖殺)할 놈‘ 등등 수없는 욕설과 비속어가 생활 속에 비일비재하다.

욕설(辱說)과 비속어(卑俗語)에는 꾸지람·부끄러움·업신여김 등을 나타내는 욕(辱)자가 대부분 들어간다. 모욕(侮辱)·치욕(恥辱)·곤욕(困辱)·굴욕(屈辱) 등이 그 예다. 아무튼 욕설은 남을 욕되게 하는 말이고 상대방을 부끄럽게 만드는 말이다.

사람들이 쓰는 말의 품격만 보아도 그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욕설과 비속어는 대개 좌절감이나 분노의 감정에서 나온다. 욕설을 많이 쓰는 사회는 그만큼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일이 많다는 증거인 셈이다. 그런데 욕설과 관련된 말을 통하여 우리는 뜻밖에 옛 사람의 사회문화나 의식세계를 엿볼 수도 있음이니 말이다.

그런데 욕(辱) 중에는 예전의 형벌제도와 관련된 말이 많다. 예전에는 버릇없이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을 호되게 꾸짖고 나무랄 때에 ‘경(黥)을 칠 놈’이란 말을 했다. 또 잘못을 저지른 아이를 호되게 꾸중할 때 어른들이 자주 쓰던 말이기도 하다.

중국의 오형(五刑) 중에는 몸에 문신처럼 검은 글씨로 죄인이라는 함을 표시하는 묵형(墨刑)이라는 형벌이 있었다. 묵형은 자자형(刺字刑)·삽자형(鈒字刑)이라고 불렸다. 팔이나 다른 부위에 하면 옷 등으로 가려진다고 해서 얼굴에 시술하게하면서 삽면형(鈒面刑)·경면형(黥面刑)이라고도 불리었다.

경(黥)은 고대의 형벌의 일종으로 먹물로 문신을 새기듯 이마·뺨(낯짝)·팔뚝·어깨·등(背)에 주홍글씨인 검은 색의 글자를 새겨 넣는 형벌이다. 도둑질한 자에게는 이마에 도둑질할 ‘도(盜)’자를 새겨 넣었고, 간통한 자에게는 간통할 ‘간(姦)’자를 새겨 넣었다.

팔뚝은 옷으로 가리면 되기 때문에 그 효과가 없다 하여 얼굴에 ‘도(盜)’자를 새겨 넣기 시작했는데 이를 경면형(黥面刑)이라고 했다. 경형(黥刑)은 먹물로 글자를 새겨 넣는다고 해서 묵형(墨刑)이라고도 하였다.

경(黥)은 뜻(意)을 담은 검을 흑(黑)과 음(音)을 나타내는 경(京)을 합한 글자이다. 이마에 글자를 새기고서야 부끄러워서 어찌 낯을 들고 바깥 세상에 나다닐 수가 있겠는가?

한마디로 경형(黥刑)은 사회적으로 매장(埋葬)시키는 무서운 형벌인 셈이다. 육체적으로 가하는 형벌보다 더 잔인하다 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영조 임금 이후로 폐지되었다. ‘경(黥)을 칠 놈’이라는 비속어(卑俗語)은 이런 형벌 제도에서 나왔음이다.

이와 비슷한 비속어(卑俗語)에 ‘육시(戮屍)랄 놈’이라는 욕도 있다. 육(戮)은 갈기갈기 찢는다는 뜻이고, 시(屍)는 죽은 사람의 시신을 가리키는 글자다. 한마디로 육시(戮屍)란 이미 죽은 사람의 시신을 꺼내어 찢어 죽이는 형벌이다. 사람을 여섯 개의 토막으로 찢어 죽인 후에 소금을 뿌리는 형벌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육시(戮屍)랄 놈’은 ‘육시(戮屍)를 할 놈’의 줄인 말이다.

죽은 뒤에 다시 찢어 죽일 놈이라는 뜻이니 어마무시하게 잔인한 욕설(辱說)이다.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신체발부수지무보(身體髮膚受之父母)라고 하여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육체를 소중히 생각하였다. 그러했기에 자신의 잘못으로 육체에 손상이 오게 되면 선조와 부모께 가장 큰 불효로 여겼음이 당연하다. 그래서 고대의 형벌은 주로 죄(罪)를 범한 정도에 따라 육체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행하여졌다.

문신을 새겨 넣은 얼굴을 경면(黥面)이라 한다. 이처럼 묵형(墨刑)·경형(黥刑)으로 육체[이마·뺨(낯짝)·팔뚝·어깨·등(背)]에 주홍글씨인 검은 색의 글자를 새겨 넣는 형벌을 당하는 건, 고약한 흉의(凶意)와 흉살(凶殺)의 살성작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냄과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이로 인한 인간고(人間苦)를 겪게 됨이다. 요즘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흉악범들의 신상공개를 행함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욕설과 비속어에도 담긴 뜻이 있기 마련이다. 한마디로 ‘이새끼, 저새끼’는 욕설이 아니라 상대방을 수치스럽고 부끄럽게 만드는 교훈의 일종에 해당하는 비속어일 뿐이라는 점이다.
노병한 한국미래예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