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본부 "취재편의 문제? 취재제한이자 언론자유 억압"
MBC기자 "취재배제 아니지만 단순 '교통지원 배제' 아냐"
제3노조 "MBC보도, 권력비판 아닌, 왜곡·선동에 가까워"
김장겸 "왜곡·조작이 목표인데 굳이 전용기 탈 필요 있나"
◆…윤석열 대통령이 6월 3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마친 뒤 귀국길 공군 1호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MBC본부는 11일 "저희는 국익이 아니라 공익을 추구한다"며 MBC 기자들에 대한 대통령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불가' 결정이 '취재편의 문제'가 아니라 '취재제한'이자 '언론자유 억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에 'MBC 제3노조'는 "MBC 보도는 권력비판이 아니라 왜곡과 선동에 가까웠다" "언론의 자세를 회복하고 언론탄압 운운하라"고 비판했다.
전동혁 언론노조 MBC본부 보도민실위 간사는 11일 YTN라디오 '박지훈의 뉴스킹입니다'에서 "언론사들이 각자 비용을 내고 (전용기에) 탑승한다. 비용이 민항기 비즈니스 클래스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번 문제는 취재편의의 문제가 아니다. 취재제한이고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 세금이 제대로 잘 쓰이고 있는지, 해외 순방이 세금을 낸 만큼의 가치를 내고 있는지를 취재하기 위해 언론사가 각자 비용을 내고 탑승하는 것"이라며 "돈 내고 (전용기 탑승) 편의를 받으려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MBC는 지난 22일(한국시간) 오전 10시 7분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제목으로 해당 영상을 최초 공개했다. [사진=MBC뉴스 영상 캡처]
전 간사는 특히 이번 결정의 원인인 지난 9월 'MBC 자막사건'을 "비속어 파문"이라고 규정하며 대통령실과의 '인식 차'를 여실히 드러냈다. 당시 MBC는 윤석열 대통령이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종료 후 행사장에서 나오며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한 사적발언을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는 자막을 달아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공식 석상에서의 발언이 아니었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데다 외교상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비보도를 요청했다. 이후 "국회에서 이 사람들(야당)이 (오늘 약속한 공여금을)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냐"였다고 전했다.
전 간사는 해당 발언이 사적발언이 아니라 "공식적인 외교 석상에서 한 발언"이라면서 "보도가 빗발치는데 대통령실이 15시간이나 지나 해명을 내놓으며 사태를 더 키우고 여당은 항의한다며 MBC를 검찰에 고발하고 방문해 겁박하는 분위기에서 어떤 언론사가 당시 순방에 대해 평가와 분석을 하고 과제 등을 제대로 보도하겠는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언론사는 대통령과 정부의 치적을 홍보해 주는 곳이 아니다" "저희는 국익이 아니라 공익을 추구한다"며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에서 발표하는 내용을 그대로 줄줄 받아쓰는 것이 국익에 정말 도움이 될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출국을 앞둔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단체들이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기자는 "이번 순방의 목적을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는 자리(전용기 내 기자 간담회에)가 있다. 귀국길에는 순방성과에 대해 설명하는 브리핑을 한다. 그때는 대통령이 단상도 세워놓고 기자들의 질문도 직접 받는다"며 "그런 취지에 일단 MBC가 배제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이기도 하고 민항기 항공편이 아주 많지는 않아서 하루 먼저 도착해 있다. 본진(전용기 탑승 기자들)과 같이 출발하면 저희가 오늘 하루 취재를 할 수 없는 스케줄"이라며 "프놈펜에서 (인도네시아) 발리 사이로 직항이 없어서 다른 나라를 경유해야 한다. 14일은 온종일 비행기를 타는 데 시간을 보내야 해 그날 하루는 실시간 취재를 못 하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총회에서) '취재를 보이콧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부분적으로 있었는데 압도적인 총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성명을 통해 대통령실 결정에 강력한 우려를 표명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한 것은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며 "공개적으로 발언하시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저한테 연락해서 '너무 화가 난다', '황당하다', '힘내라' 이렇게 의견을 전해주시는 동료 기자 분들이 꽤 많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 오전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및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 참석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MBC 제3노조는 전날인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MBC 보도는 권력비판이 아니라 왜곡과 선동에 가까웠다. ▲MBC 기자는 순방취재단에서 윤 대통령의 사석 발언을 타사 기자들에게 알렸다. ▲대통령실의 보도 자제 요청은 앞장서 거부했다 ▲방송할 때는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까지 자막에 넣어 방송했다 ▲MBC 특파원은 한국 대통령이 미국 의원들에게 'fucker'라는 아주 심한 욕을 했다고 백악관과 국무성(국무부)에 알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MBC는 편파보도에도 자막조작에도 단 한 번 사과한 적이 없다 ▲MBC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대한 왜곡된 자막이 여전히 게재돼 있다 ▲워싱턴 특파원의 'fucker' 이메일에 대해서는 MBC가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고 공고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MBC는 정말 권력을 비판해야 할 때는 침묵했다"며 "▲손혜원 의원 투기 의혹 보도를 미적거렸고 ▲조국 법무장관 의혹에 침묵했고 ▲울산시장 관권선거 의혹을 사실상 은폐했고 ▲똑같은 총선용 비례대표정당을 민주당에는 '의병정당', 야당에는 '위성정당'이라 불렀고 ▲천문학적 피해를 일으킨 라임펀드와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을 축소 보도했고 ▲대장동 비리 의혹을 외면하다 유동규로 꼬리를 자르려 한 의혹을 받았고 ▲공수처의 전방위 통신사찰에 침묵했다. ▲지난 3월 대선 때는 뉴스데스크에서 선거운동 100일 동안 단 하루도 예외 없이 편파 보도를 했고 ▲PD수첩은 윤석열 후보 인터뷰를 방송하면서 '거짓말'이라는 노래를 틀었다. ▲6월 지방선거 때는 접전지인 경기도지사 선거에 초점을 맞춰 국민의힘 후보 의혹만 집중 제기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MBC의 기자회에서 대통령 전용기에 태워주지 않는 것은 '언론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고 주장해 봐야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며 "MBC 구성원들은 지금이라도 특정 정당의 선전도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언론의 본모습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언론자유를 주장할 자격이 생긴다"고 직격했다.
김장겸 전 MBC 사장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왜곡과 조작 보도가 목표인 사람들이 굳이 전용기를 탈 필요가 있나요? 앉아서 유튜브에서 하청받거나 상상하거나 혹은 소설을 쓴다든지 하면 될 듯합니다. 아니면 배를 타고 가면서도 할 수 있을 듯... 언론자유를 거들먹거리는 것은, 이제 국민들도 알 만큼 다 알아서 부끄러울 텐데요"라고 MBC를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