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에너지 수출 늘고 소비재 수입 줄면서 ‘무역적자’ 축소

최근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폭 축소는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출 증가와 재화소비 부진에 따른 소비재 수입 감소가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6일 ‘해외경제포커스: 해외경제 주요 이슈 분석-최근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폭 축소 배경’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의하면 이론적으로 통화강세는 해외(국내) 시장에서 자국 수출품(외국 수입품)의 상대가격을 상승(하락)시켜 수출을 줄이는(수입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미 달러화 10% 절상은 연간 미국 실질수출을 2.6% 감소시키는 반면 실질수입은 0.9% 증가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미 달러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금년 4월 이후 미국의 수출(통관 기준)은 늘고 수입은 줄어 무역수지 적자가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미 달러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무역수지 적자가 축소되고 있는 배경을 살펴봤다.

달러화 강세 시기는 과거 세 차례가 있었다. 1980~85년에는 고물가에 대응한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과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레이거노믹스) 등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으며 동 기간중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GDP 대비 0.4%에서 2.8% 수준으로 확대됐다.

1995~02년에도 역플라자 합의(1995년)와 테크 붐(tech-boom) 등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으며 동 기간중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GDP대비 2.1%에서 4.5% 수준으로 확대됐다.

반면 2014~17년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2014년) 등 여타국과의 통화정책 차별화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으며 동 기간중 무역수지 변동이 크지 않았다. 금년 4월 이후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출 증가, 재화소비 부진에 따른 소비재 수입 감소 등으로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점차 축소되는 모습이다. 수출은 금년중 대체로 전년동기대비 20% 내외 수준의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수입은 4월 이후 증가세가 둔화됐다.

미국은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기회복과 더불어 수출이 증가세를 지속했으며 특히 금년 3월 이후에는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중심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에너지 수출 확대는 에너지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유럽지역으로의 천연가스 수출물량 증가 등에도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동 기간중 에너지 수입물량보다 수출물량이 더 크게 늘어나면서 에너지 수지도 흑자로 전환됐다.

하지만 재화수요가 줄어들면서 금년 4월 이후 소비재를 중심으로 수입이 감소했다.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여력 감소 및 서비스로의 소비 전환 등으로 재화 소비가 줄었으며 이로 인해 재고축적도 둔화됐다. 재화수요가 부진함에 따라 공급측면에서 수입도 감소했다. 보고서는 향후 연준의 긴축기조 및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당분간 무역수지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인상 가속화로 소비가 점차 둔화되는 가운데 상품에서 서비스로의 소비 리밸런싱이 지속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대유럽 천연가스 공급중단, 서방 주요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규제 등 미국의 에너지 수출 증가요인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관계자는 “해외IB들은 달러화 강세로 인해 무역수지가 개선되는 속도는 더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미국의 GDP대비 경상수지 적자비율이 점차 축소되겠으나 팬데믹 이전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달러화 강세에 따른 미국 수출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이로 인한 투자 여력 감소는 미국 경제의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