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요정' 이은재,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 내정에 '악성 낙하산 관행' 논란

11월1일 임시총회 통과시 3년 임기

"공정·상식 공언한 정부...전문성 결여 인사 낙점"

노조 "과거부터 고위직 퇴직자 낙하산 선정"

전문건설공제조합은 지난 12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이사장 공모 지원자를 심사한 결과 이 전 의원을 이사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으며 다음 달 1일 열리는 임시총회에서 표결을 통과하면 3년 임기의 이사장으로 취임한다.

서울교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이은재 전 의원은 지난 2008년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해 18·20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산결산위원회 등 여러 상임위에서 활동했다. 2018년 20대 국회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겐세이’(견제), ‘야지’(훼방) 발언에 이어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도 ‘뿜빠이’(분배)라는 일본어 사용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1988년 건설산업기본법에 의거해 설립된 전문건설공제조합은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건설보증·자금융자·공제(보험)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금융기관이다. 운용 자금은 5조5000억원으로 5만9000여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다. 다음달 임기가 끝나는 유대운 현 이사장도 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로 지난 2017년에 취임했다.

그동안 정치권이나 국토교통부 고위직 출신이 이사장으로 선임돼 낙하산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오자 올해 처음으로 '공모제'를 도입했지만 비전문가인 이 전 의원이 최종 후보로 낙점되면서 공모제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장윤선 정치전문기자는 19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이 전 의원을 누가 어떻게 추천했는지에 대한 추천 경로도 잘 안 나오고 당내에서도 굉장히 부담스러워 한다. 이 전 의원에 대한 여러 가지 웃지 못할 해프닝이 너무 많았고 전문성이 있는 분이냐라는 논란도 있다"며 "공정과 상식을 공언한 정부라면 악성 낙하산 관행은 하지 말아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다시 떠나간 중도층을 돌려 세울 전략을 세워도 될까 말까 한 이 판국에 오히려 중도층이 다 떠나가게 만드는 전략을 대통령실과 대통령 스스로 만드는 것 아니냐. 왜 이런 방식으로 정치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박호선 전문건설공제조합KSCFC 노동조합 위원장은 15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은재 후보자의 이사장 선임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위원장은 "우리 조합의 경우 국토교통부의 관리 감독을 받고 있기 때문에 과거부터 고위 공무원 퇴직자들이 낙하산으로 선정되고 국토부의 고위직 퇴직자들이 항상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정권 입김에 따른 낙하산 인사에서 자유롭지 못해 왔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그는 "사실 이은재 전 의원 같은 분이 후보자로 추천이 안 됐다면 이번 일도 그냥 흐지부지 아마 묻혔을 것"이라면서 "자격 요건이 결여되지 않으면서도 전문 건설에 능통한 전문가를 이사장으로 원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함께하는 시민행동)들은 2018년 이 전 의원을 정책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처럼 허위서류를 꾸며서 국회사무처 예산을 빼 낸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 이 전 의원은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1심 재판이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