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반대하는 '전술핵 재배치'... 尹정부와 여권 '적극 검토'?

尹정부, 美와 전술핵 재배치 방안 논의?... 백악관도 '부정적' 의견

美 외교·안보 전문가들 "전술핵 재배치, 실익 적고 北 오판 초래할 것"

대안으로 '한미-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꼽아

한국 내 정치적 논란 우려도 나와... "한미 동맹에 큰 부담될 것" 강조

與 "적극적 검토" 對 野 "北을 핵 보유국 인정하는 꼴" 입장 대립

북한의 잇따른 각종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제7차 핵실험 임박' 관측이 나오면서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의 '전술핵 재배치 검토'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가운데 미국 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군사적 실익이 적고 북한의 오판을 초래할 수 있는데다 한국 대내적으로 논란이 커져 한미 동맹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러 전문가들은 전술핵 재배치 대신 한미,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복합위기로 민생경제가 어려워져가고 있는 가운데, '전술핵 재배채 검토' 논란으로 인해 국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美 외교·안보전문가들 "전술핵 재배치, 한반도의 긴장만 고조시킬 뿐" 지적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11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핵무기가 한국에 재배치되지 않아야 한다는 이유에 대해서 첫째 한반도의 긴장을 크게 고조시킬 수 있는 조치로 보여질 것이며, 따라서 북한의 오판과 대응의 위험을 높일 뿐 거의 득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의 북한에 대한 핵 억지력은 한반도 근해에 기반을 둔 일련의 (군사)자산으로 충분히 유지되고 있기에 재배치는 전략적 억제 태세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미국 핵무기의 한국 재배치는 군사적 이점이 없다"고 단언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핵무기가 핵무기 공격을 막아주진 않는다"며 "기존의 재래식 무기로 한국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맥스웰 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은 북한 내부 어떤 곳에서든 북한 인민군을 파괴할 재래식 역량이 있다"며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경우 우리는 분명 한국에서 전술핵을 사용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재래식 역량으로 북한군을 파괴할 수 있기에 북한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전술핵이 필요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국 내 정치적 논란 우려도 나와... "한미 동맹에 큰 부담될 것" 강조

  전문가들은 또 전술핵 재배치가 한국 내에 큰 논란을 일으켜 한미 동맹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VOA와 통화에서 "미국 정부는 현재 전술핵 재배치를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최선의 방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워싱턴 조야에는 전술핵 재배치가 논란이 많은 (한국) 국내 정치 문제로 대두되고, 이것이 한미동맹도 논란에 빠뜨릴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이어 “미국은 동맹관계에 정치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미국 내에는 ‘조약 동맹일지라도 미국 핵무기를 확산해서는 안 된다’는 군축 지지자들의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미국과 한국이 즉각 취할 중요한 조치는 한반도 분쟁 상황과 북한의 핵무기 사용에 대응한 공동 계획과 협의를 심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러한 비상사태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한미일 미사일 방어망 통합을 통한 정보·감시·정찰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맥스웰 연구원은 "공격적이고 정교한 정보·감시·정찰 역량을 통해 북한 전역의 핵과 미사일 체계를 찾아야 한다"며 "보관, 이송, 연료 보급, 조립, 발사대들을 모두 추적하고 겨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술핵 재배치' 대신 한미·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대안으로 꼽아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연구원도 전술핵 재배치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전술핵을 배치하는 데에는 여러 걸림돌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한국 내 정치적 논란이라는 것.

베넷 연구원은 전술핵 재배치는 "정치적으로 상당한 분열을 일으킬 것이며, 한국 내 강력한 반정부 정서로 위기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걸림돌들을 창의적인 방법으로 제거하면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대안으로 한미 동맹 강화가 침략에 대한 가장 강력한 억지력임을 언급했다.

크로닌 석좌는 "핵무기는 실질적인 전쟁 도구라기보다는 위협용"이라며 "우리는 무기고를 강화하고 체계를 통합하며, 방어를 계속 혁신하는 한편 북한 지도부에 대한 우리의 경제적 기술적 우위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 국장은 "현시점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력히 권고하지는 않지만, 여러 선택지에 대한 연구와 검토는 찬성한다"며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한국이 정상국가로서 모든 선택지를 고려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토식 핵 공유나 잠재적 전술핵 재배치 등 모든 선택지를 검토해야 한다"며 "장단점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술핵 재배치' 반대 입장이던 尹대통령, 기류 변화의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출근길 약식회담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이렇다 저렇다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문제는 아니고, 조야의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언급해 한미 당국이 집중적으로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즉각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부정적인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다양해지고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 위협과 관련해 특단의 대책을 준비 중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그간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이날 발언으로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기류 변화가 생겼음을 시사했다. 북한의 잇따른 무력시위와 급기야 핵 선제공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전술핵 재배치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읽혀진다.

아울러 '전술핵 재배치 검토'가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도 풀이된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반복하고 핵 선제 사용 가능성을 공개 표명하는 등 한반도와 지역 정세를 지속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는 현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압도적인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통한 대북 억제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해 이 같은 분위기를 실감하게 했다.
 

'전술핵 재배치'엔 장애요인 많아... 백악관도 반대 입장

  우리 정부가 북한의 핵 선제공격에 대비해 '전술핵 재배치 검토' 카드를 꺼내들더라도 실제로 재배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우선 무엇보다도 결정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1일(현지시간) 온라인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전술핵 배치를 요청했느냐'는 VOA 질문에 "동맹에 대한 입장과 바람에 대해 한국이 얘기하도록 할 것"이라면서 즉답을 피한 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원칙만 재확인했다.

커비 조정관은 이어 "우리는 그런 종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의 결과를 협상하기 위해 김정은과 전제조건 없이 마주앉을 의향이 있다고 말해왔다"며 "우리는 여전히 외교적 길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김정은) 그런 제안에 호응하지 않으며, 오직 도발과 미사일 발사를 지속하며 핵 야망을 계속 추구하려 한다"고 지적한 뒤, "이런 모든 행위는 한반도의 더 큰 불안과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커비 조정관은 "우리가 동맹인 한국, 일본과 양자와 3자 협력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이 때문"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가 목표'라는 점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읽혀진다.

커비 조정관은 지난 9일(현지시간)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이후 진행한 ABC방송과 인터뷰에서도 "한반도의 검증 가능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보는 것을 원한다"고 원칙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전제조건 없이 김정은과 마주앉아 앞으로의 외교적 길을 모색할 수 있다"면서 "그것이 우리가 전념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술핵 재배치'가 이뤄질 경우 한반도 주변국의 변화도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헌법까지 개정, 자위대 재무장을 통한 군사강국으로의 부상을 꾀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아울러 동북아 국가들의 군비확장 경쟁 등 역내 군사적 갈등이 더욱더 첨예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술핵은 폭파 위력이 수kt 이내의 효율성과 경제성이 높은 전술핵무기(Tactical Nuclear Weapon)로, 군사목표를 공격하기 위한 야포, 단거리미사일로 발사할 수 있는 핵탄두, 핵지뢰, 핵기뢰 등을 포함한다. 전술핵무기는 핵탄두로 무장한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일컫는 전략핵무기(Strategic Nuclear Weapon)보다 사정거리가 짧다.[출처=네이버 지식백과]

주한미군이 운용해 온 전술핵은 1991년 노태우 정부 때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채택하면서 한반도에서 철수했다. '전술핵 재배치 검토'는 이를 다시 들여와 운용케 하는 방안을 협의하겠다는 의미다.
 

與 "적극 검토해야" vs 野 "北 핵 보유 인정하는 꼴"

국내 매체들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론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으나, 내부적으로는 여당과 전술핵 재배치 여론 조성 등을 위한 방안을 논의한데 이어 미 당국과도 논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권은 '전술핵 재배치 검토'에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정은은 10월10일 노동당 창건일에 ‘전술핵 운용부대’를 공개했다. 대한민국의 항구와 공항이 타격목표라고 밝혔다"며 "언제든 우리 머리 위로 핵폭탄이 떨어질지 모른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북한에 의해 휴지조각이 됐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결단의 순간이 왔다"며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고 썼다.

같은 당 원내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도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동안 우리 정부와 군은 북한의 핵공격을 사전 탐지해 타격하는 '킬 체인'과 날아오는 북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방어체계(KAMD) 등을 방패로 내세웠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현실로 다가온 지금 과연 이것이 최선일까 하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핵무기는 대칭성을 가진 핵무기로만 막을 수 있다"고 가세했다.

그러면서 "평화를 지키려면 북핵과 동등한 핵을 확보하는 수밖엔 없다"면서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살길은 우리 스스로가 찾아야 한다"고 핵무장론까지 언급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여권발 전술핵 재배치 논의에 대해 "가능성이 없고 적절치 않다"며 "확장억제정책을 강화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전술핵을 배치하면 한반도 비핵화가 되지 않아 북한 비핵화의 명분도 없어지는 것이고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꼴"이라고 강하게 반대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을 앞두고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전술핵 재배치 검토’ 카드를 꺼내들면서 또다시 한반도 군비확장 이슈가 크게 부각되는 형국이다.

지난 5년 비무장지대(DMZ)를 포함해 경미한 충돌은 있었지만 큰 군사적 충돌이 없었던 남북 간에 군비확장에 따른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충격과 글로벌 경제위기로 어려워진 민생에 허덕이는 국민들의 불안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