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3축 체계' 핵심 '현무-2C' 낙탄... ‘유감’ 표명 만으론 안돼

군 "탄두 폭발하지 않고 인명 피해 없어... 지역 주민에 거듭 유감" 표명

강한 섬광과 굉음으로 지역 주민 불안에 떨어... SNS엔 사진·영상 전파돼

'낙탄' 아닌 '폭발' 사고였다면 대형참사... 軍 미사일 운용체계 재검검 필요

군 당국에 따르면, 한미는 전날 심야부터 5일 이른 새벽까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 조치로 연합 지대지(地對地)미사일 사격훈련 실시를 계획했다.

여기엔 한국군의 현무-2C(사거리 1000㎞)와 에이태큼스(ATACMS·사거리 300여㎞) 2발, 주한미군의 에이태큼스 2발 등이 동원됐다. 먼저 한국군의 현무-2C를 사격하고 이어 나머지를 순차적으로 발사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발사된 우리 군의 '현무-2C' 1발은 발사 직후 비정상적으로 비행하다 인근 기지 내로 떨어지는 이른바 낙탄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가 발생한 강릉지역 주민들은 극심한 불안에 시달렸다. 군은 낙탄 사고에 대해 사과했지만 우리 군의 미사일 성능에 대한 우려와 함께 대응조치 미흡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군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발사 직후 비정상적 비행으로 낙탄돼서 현재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민가나 민간, 인명에 대한 피해는 확인된 바 없다"면서도 "(강릉)지역 주민들이 많이 놀랐던 걸로 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사고 후 미사일 연료가 연소하면서 화재가 났고 탄두는 폭발하지 않았다"며 "기타 자세한 내용은 아직 파악 중"이라고만 덧붙였다.

하지만 이 사고로 발생한 강한 섬광과 굉음으로 인해 강릉지역 주민들은 밤새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군 당국의 '미사일 훈련 상황'에 대한 어떠한 사전 설명이 없었고, 심야에 벌어진 일이라 주민들의 공포심은 극에 달하기도 했다.

관공서와 언론엔 내용을 묻는 지역 주민들의 문의가 빗발쳤고,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강릉 공군기지 폭발'이라는 제목으로 화염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급속하게 전파됐다.

특히 지역 내 119상황실에는 '비행기 추락' 등 내용의 신고가 다수 접수됐고, 소방 당국은 출동 중 군부대 측으로부터 훈련 중이라는 설명을 듣고 귀소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훈련 상황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관공서에 항행경보 절차를 알린 것으로 안다"면서 "주민들이 늦은 시간에 많이 놀라신 것에 대해선 매우 유감"이라고 거듭 사과했지만 파장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특히 영상 댓글에는 "인명피해가 없을 수 없다", "왜 새벽 일이 이제야 보도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등의 불만과 의혹이 제기됐다.

만약 이날 심야에 발사한 '현무-2C' 미사일이 발사 직후 낙탄 사고가 아닌 군 기지 또는 인근지역 내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면 이는 정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대형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근지역 주민들과 네티즌이 우려하는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군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로 인한 민가나 민간, 인명에 대한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군기지내 피해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

이 관계자는 사고 직후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에게 보고됐는지에 대해선 "실시간 보고되고 조치가 이뤄졌다"고 답했다.

이 지역을 지역구로 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군이 발사한 현무미사일은 비정상 비행 후 강릉 공군기지 내 낙탄했다"며 "이로 인한 폭발과 섬광은 많은 강릉시민과 국민께 걱정과 염려를 초래했다. 국민의 혈세로 운용되는 병기(兵器)가 오히려 국민을 위협할 뻔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낙탄 경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부터 해야 한다"며 "기계적 결함인지, 운용의 문제인지 검증에 검증을 더해 달라"고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우리 군의 '미사일 운용 체계' 전면 재점검 필요성 대두... '아찔한 순간'

한편 이번 ‘현무-2C’의 실사격 실패에 대한 비판은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일반 시험사격이 아닌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발사한 우리군의 대표적 탄도미사일이며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무기 중 하나인 '현무-2C' 성능에 대한 우려감이 증폭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군의 대표적 미사일인 '현무'는 1987년 10월 1일 국군의 날 퍼레이드에 첫 모습을 드러냈다. '현무'는 450~600kg의 이중목적 고폭탄 탄두를 장착하고, 100m 이내의 명중오차(CEP)를 갖고 있다. '현무' 탄두에는 수백 개의 자탄이 들어 있어 반경 수백m 이내를 초토화할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져 있다.

'현무-2C'는 한국국방과학연수고(ADD)가 개발해 2017년 4월 실사격 발사에 성공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가격은 1기당 약 2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현무'급 미사일 발사 실패는 이전에도 한 차례 발생했다. 우리 군은 지난 2017년 9월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 대응으로 ‘현무-2A’ 2발을 실사격했지만 1발은 발사 수초 만에 낙탄했다.

전문가들은 유사시도 아닌 준비된 실사격 상황에서 미사일이 날아가다 떨어졌다는 것은 우리 군의 미사일 운용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현무-2C'’ 발사 실패에 대한 기술적 원인부터 관리 감독까지 종합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