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근 10일 동안 SRBM·IRBM 등 총 5차례, 8발 탄도미사일 도발
美 전문가들 "北, 단거리 미사일 정확도 높이면서 韓내 군사시설 겨냥"
주일미군 기지 포함해 미국령 태평양 괌까지 사정권에 둔 IRBM 평가
일본 열도 상공 통과는 5년 만... 日, 일부지역 주민 대피 지시 내려
北 김정은, 9월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사실상 핵무기 선제공격; 선포
◆…북한이 4일 오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합참)가 발표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부터 오늘까지 열흘 사이에 총 5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뉴스를 보고 있는 시민들.［사진=연합뉴스］
북한은 지난달(9월) 25일 KN-24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 28일‧29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각 2발씩, 이달 1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 4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1발 등 10일 간 5차례에 걸쳐 8발의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특히 4일 발사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은 일본 열도를 넘어 4천500여㎞를 날아간 것으로 합동참모본부가 확인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7시 23분께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1발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것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비행거리는 4천500여㎞, 고도는 970여㎞, 속도는 약 ‘마하17’로 탐지됐으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열도 상공을 통과한 것은 2017년 이후 5년 만으로, 미사일 발사 직후 일본 정부는 홋카이도 등 탄도미사일 비행경로에 있는 일부 지역 주민에게 대피 지시를 내리는 등 발칵 뒤집혔다.
일본 정부는 이날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5년 만에 일본 열도를 통과해 태평양에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관련해 “폭거로 강하게 비난한다"고 밝혔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도 오전 긴급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일본 도호쿠(東北)지방 상공을 통과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 태평양상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며, 특히 일본 열도 통과는 일본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
北 중거리탄도미사일, 주일미군 기지 포함 태평양 괌까지 사정권
|
◆…북한이 국군의 날,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지하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 제공]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이 발진하는 기지 뿐 아니라 한반도 인근으로 접근하는 미군 전력을 겨냥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올해 1월에 발사했던 IRBM과 달리 이번엔 구현 가능한 사거리로 실제 발사하면서 태평양의 미국 전력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이날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 국장 등 미국내 전문가들을 인용, 북한이 일주일새 5차례에 걸쳐 SRBM과 IRBM을 발사한 것은 실험단계를 넘어서 ‘실전배치 단계’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루이스 국장은 “중요한 것은 북한이 밤에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나서면, 이는 더 이상 미사일 실험이 아니라 미사일을 사용할 군부대들의 훈련”이라고 말했다.
또한 "북한은 이미 해당 단거리 미사일들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이러한 발사들은 미사일 실험이라기보다는 군사 훈련이나 연습으로 봐야한다"고 진단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은 이미 개발 단계를 지나 아무 때나 발사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그들이 어떤 성능을 실험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랫동안 사용돼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낮이고 밤이고 이 미사일들을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사일 전문가인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수석부차관보는 최근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KN-23은 매우 많은 실험을 거쳤으며 북한도 실전 배치를 주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KN-23이) 실전 배치됐고 신뢰할 만한 체계라는 점을 입증하고자 한다"며 "다만 최근 발사들이 실전에 배치된 군부대를 훈련시키기 위한 것이었는지, 미사일 개량을 위한 연구개발 목적이었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
北, '한반도 군 시설 공격용 미사일 개발' 분석도 내놓아
|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회의 2일회의가 지난 8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9일 보도했다.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권 붕괴라며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천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조선중앙TV 화면]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그는 북한이 이들 미사일에 대한 실험을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단순히 인구 밀집 지역을 위협하는 것이 아닌 한반도 내 미군과 한국군 시설을 타격하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히 북한이 최근 실험하고 있는 단거리 미사일들이 "많은 경우 일본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에 집중하는 것으로 초점을 옮긴 듯하다"며 "미군과 한국군 시설들, 공군기지들을 타격해 미국과 한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것을 최대한 복잡하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한반도 인근에서 훈련 중인 상황에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사실에 주목하면서 "북한이 더욱 대담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넷 연구원은 이 같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을지 자유의 방패(UFS)’ 등 다양한 한미연합 훈련, 항공모함 전개, 한미 정상의 동맹관계 확인 등 일련의 움직임을 북한이 매우 못마땅하게 여기며 반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이 일련의 미사일 도발을 통해 위력을 과시하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중·단거리 탄도미사일(IRBM·SRBM),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신형 전술유도무기, 방사포 등 총 27차례에 걸친 도발과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중 지난 5월 새정부 출범 이후 도발은 총 12차례다.
미국의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호가 부산에 입항한 지난달 23일 이후 북한은 25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K-23 단거리 탄도미사일, 한미 연합 대규모 해상훈련 중인 28일 '북한판 에이태큼스' KN-24 전술유도탄을 발사했다.
북한은 또한 방한 중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비무장지대(DMZ)를 찾아 "북한에는 악랄한 독재정권, 불법적인 무기 프로그램, 인권 침해가 있다"고 원색비난하고 한국을 떠난 후 2시간 만에 도발해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한 도발이 아니냐는 관측도 낳았다.
아울러 한미일이 독도 동쪽 동해 공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을 추적·탐지하는 상황을 가정한 연합 대잠훈련을 펼치기 직전 단행된 것이어서, 한미일 공동훈련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와 함께 건군 74돌 국군의 날인 지난 1일 '북한판 에이태큼스' KN-24 전술유도탄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쏜 후 사흘 만인 이날 급기야 일본 영공을 넘어가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며 한미일 3국을 모두 긴장시켰다.
북한의 이 같은 도발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지난 4‧25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기념 대규모 열병식과 지난달 8일 최고인민회의 14기 7차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며 사실상 '핵무기 선제공격'을 선포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이 노리는 목적은 우리의 핵 그 자체를 제거해버리자는 데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핵을 내려놓게 하고 자위권 행사까지 포기 또는 열세하게 만들어 우리 정권을 어느 때든 붕괴시켜버리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절대로 먼저 핵 포기란, 비핵화란 없으며 그를 위한 그 어떤 협상도, 그 공정에서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한편 북한이 이날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2017년과 올해 초 발사한 IRBM 화성-12형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017년 9월 15일 쏜 화성-12형과 고도와 비행거리 면에서 가장 유사한 제원을 보였고, 이번 발사가 당시보다 더 개선된 성능을 보였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