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보험약관 해석 기준 연구: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중심으로’ 연구보고서 발간
◆…작성자 불이익 원칙의 인정 근거 및 한계. 자료=보험연구원 제공
보험연구원 황현아 연구위원(법제연구팀 연구위원)은 5일 보험약관 해석 관련 분쟁에서 빈번히 적용되는 작성자 불이익 원칙에 대한 이론적·실무적 고찰을 담은 ‘보험약관 해석 기준 연구: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작성자 불이익 원칙은 약관의 뜻이 불분명한 경우 작성자인 사업자에게 불리하게, 거래 상대방인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것으로 보충적 해석 원칙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작성자 불이익 원칙이 보충적 해석 원칙임에도 일부 사례의 경우 다른 해석 원칙을 충실히 적용하지 않은 채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곧바로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성자 불이익 원칙은 해석을 통해 명확한 결론에 이르기 어려운 경우 일방 당사자에게 불이익을 부과하는 방법으로 약관의 불명확성을 해결하는 최후의 수단일 뿐 합리적인 분쟁 해결을 담보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작성자 불이익 원칙의 인정근거는 책임성, 형평성, 투명성, 효용성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약관은 사업자가 작성하므로 의미가 불분명한 경우 그 책임은 사업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이 책임원칙에 부합하고 ▲사업자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약관 내용을 정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해석은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야 계약의 형평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약관 불명확성에 대한 불이익을 사업자에게 귀속시킴으로써 약관 내용을 명확하고 투명하게 작성하도록 유도할 수 있고 ▲가급적 보험금이 지급되는 방향으로 약관을 해석함으로써 보험의 보장대상 및 보장범위를 확대해 보험계약의 효용을 높일 수 있다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작성자 불이익 원칙의 근거는 한계도 지니고 있다. ▲감독당국이 표준약관을 제정하고 개별 약관의 내용에 대해서도 기초서류 변경 권고 등을 하는 상황에서 약관의 불명확성에 대한 책임이 보험자에게 전적으로 귀속된다고 보기 어렵고 ▲약관규제법상 불공정약관 무효 조항,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각종 규제 등 형평성 제고를 위한 직접적이고 강력한 규제가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작성자 불이익 원칙의 투명성 제고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오히려 약관을 상세하게 정하는 과정에서 가독성 저하, 보장범위 축소, 보험료 인상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고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등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보험의 경우 보장대상 및 보장범위를 확대하는 것 못지않게 보장범위를 적정하게 유지함으로써 보험료 인상을 방지하는 것도 보험의 효용성 제고에 중요한 요소라는 점 등이 한계점으로 꼽히고 있다.
보고서는 작성자 불이익 원칙의 인정 근거 및 한계를 고려할 때 작성자 불이익 원칙은 일반적인 계약 및 약관 해석 방법으로 불명확성을 해결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약관의 불명확성이 경제·사회의 변화에 따라 사후적으로 발생한 것인 경우 또는 보험금 지급이 보험의 선의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에는 더욱 신중한 적용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수술 대체 시술을 수술로 볼 것인지와 관련해 약관 작성 당시에 당해 시술이 존재하지 않았던 경우에는 당해 시술이 수술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약관에서 사전에 명확히 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 자살면책제한조항과 같이 본래 면책 대상인 고의사고에 대해 예외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조항의 경우에는 작성자 불이익 원칙에 의해 보장대상 및 보장범위를 확대하게 되면 보험의 선의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고서는 작성자 불이익 원칙의 적용에 앞서 약관 해석 시 ▲당해 보험계약의 목적과 취지 ▲계약 체결 당시 다수의 보험계약자의 합리적인 기대 ▲보험료와 보험금 사이의 균형 및 보험료 인상 유발 여부 ▲보험사기 및 도덕적 해이 조장 여부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연구원 황현아 연구위원은 “작성자 불이익 원칙의 의의를 존중하되 오남용 되지 않도록 그 적용범위를 합리적으로 설정함으로써 보험의 선의성 및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데 기여하는 방향으로 해석·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