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핵전쟁에서 승자는 없다"...바이든 "뉴스타트 만료 후 러와 새 핵 통제 틀 모색"

1일(현지시간)부터 26일까지 한 달여간의 일정으로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제10차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회의가 개막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각각 핵 문제에 관해 의견을 표명했다.

로이터 통신과 타스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NPT 재검토회의에 보낸 서한에서 "핵전쟁에 승자는 있을 수 없으며, 그런 전쟁은 절대 시작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는 NPT 당사국이자 기탁국으로서 조약의 정신과 내용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면서 "미국과의 핵무기 감축 협정 역시 완전히 지켜지고 있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우리는 세계 공동체 모든 구성원을 위한 평등하고 불가분의 안보를 지지하고, 모든 NPT 준수 국가는 아무런 추가 조건 없이 평화로운 핵 이용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NPT 검증 기구로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체계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한다"면서 "IAEA가 편견 없이 비정치적으로, 기술에 기반해 활용되도록 보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잔혹하고 부당한 침공은 유럽의 평화를 깨뜨렸고 국제 질서의 기본 이념을 공격했다"면서 "우리는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책임 있는 관리인이 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군비 통제와 핵 비확산 노력을 거부하는 것은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 그 어느 국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이 먼저 모범을 보여주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협상을 위해서는 성실하고 자발적인 파트너가 필요하다"면서 "이런 맥락에서, 러시아는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작업을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향해서도 참여를 제안했다. 그는 "NPT 회원국인 중국 또한 핵무기 보유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P5)으로서 계산 착오의 위험을 줄일 책임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 이 불확실성과 격변의 국제 정세 속 세계 핵 비확산의 기본 원칙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타트는 러시아와 미국이 배치할 수 있는 전략핵탄두, 미사일, 폭격기 수를 제한한 합의다. 2010년 4월 체코 프라하에서 서명, 이듬해 2월 10년 기한으로 발효했다. 미국 측은 지난해 1월 협정 만료를 한 달 앞두고 러시아에 2026년 2월 4일까지 5년 연장하자고 제안했고, 같은 달 양국 정상 간 통화를 통해 합의가 이뤄진 바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포스트 뉴 스타트' 제안에 러시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러시아 외무부 관계자가 "이는 진지한 발언인가, 아니면 백악관 웹사이트가 해킹당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며 "만약 진지한 의도라면, 정확히 누구와 그것을 논의하자는 생각인가"라고 덧붙였다고 보도했다.

유엔은 1일부터 26일까지 유엔본부에서 191개 회원국이 참석하는 제10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를 열었다. 1969년 체결된 NPT는 핵무기 공식 보유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이 자발적으로 핵무기를 축소하고 나머지 국가의 보유는 금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로이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