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분기매출 첫 19조 돌파…영업익 2.3조 사상 최대

정제마진 강세에 역대급 실적
순이익도 11년 만에 1조원대

SK이노베이션이 역대 최고수준을 유지했던 정제마진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일제히 최대치를 기록한 2분기 성적표를 내놨다. 직전분기 다소 부진했던 화학과 윤활유가 개선세를 내비친 가운데 정유부문에서만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역대급 실적을 쏟아냈다. 다만 미래성장을 위해 20조원 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배터리·소재 부문이 업황악화로 손실폭이 커져 아쉬움을 남겼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9조 9053억원, 영업이익 2조 3292억원, 당기순이익 1조 3385억원으로 잠정 집계해 29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대비 매출이 76.9%, 영업이익이 318.9%, 순이익이 589.8% 늘어난 실적이다. 전분기 비교 시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22.4%, 41.2%, 55.0%씩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1.7%로 전년도보다 7.1%p, 직전분기 대비 1.6%p 뛰었다.

이 회사가 19조원대 분기 외형과 2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이번 2분기가 처음이다. 지난 2012년 73조 3300억원으로 연간 최대매출을 기록했던 해에 보유했던 종전 최대 분기매출은 18조 8781억원 규모였다. 영업이익도 직전분기 1조 6491억원의 최대기록을 1분기 만에 재차 경신하게 됐다. 순이익의 경우 지난 2011년 3분기 1조 8161억원 이후 약 11년 만에 1조원을 넘어섰다.

각 사업군 중 석유사업이 유리했던 업황에 직전분기보다 31.7% 늘어난 14조 161억원의 매출과 같은 기간 47.9% 증가한 2조 229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사 실적을 이끌었다. 상반기 고유가 기조가 이어진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공급차질 우려와 포스코 코로나 기조 정착에 따른 수요회복 기대감에 정제마진이 개선된 것이 호실적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운반비 등을 뺀 값으로 통상 배럴당 4~5달러 내외가 손익분기점(BEP)으로 평가된다. 정유·증권업계에 따르면 정제마진은 지난해 3분기 말부터 BEP를 넘기 시작한 뒤 올 1분기 평균 배럴당 8.1달러를 기록한 것에 이어 4월 말 20달러로 역대 최고수준까지 뛰어올랐으며 지난달 말에는 29.5달러로 3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은 바 있다. 유가 역시 고공행진을 지속했는데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의하면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올 1월 평균 배럴당 87.5달러 수준을 보인 후 3월 100달러를 돌파해 5월 117달러로 고점을 찍었다.

SK이노베이션은 "지정학적 이슈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 불안과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석유제품 수요증가로 정제마진이 개선되고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사업 재고관련 이익 증가, 설비운영 최적화 등이 손익 개선에 도움이 됐다"면서 "석유제품 수출물량도 크게 늘어 실적개선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는데 상반기 수출물량은 6500만 배럴로 전년 대비 41.4% 늘었고 석유와 화학, 윤활유, 배터리, 배터리소재 사업의 2분기 수출실적은 해외법인 매출 포함 전체의 71%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화학사업은 재고관련 손실과 고정비 증가 등의 요인에도 불구하고 파라자일렌(PX) 스프레드 급등으로 마진개선 효과가 2019억원 가량 나타나 직전분기보다 2.4배 정도 늘어난 7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윤활유는 기유판매량 감소에도 유가상승에 따른 판가 상승 등으로 같은 기간 20.6% 증가한 2552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이와 달리 석유개발사업은 판매물량 감소와 운영·판관비 증가 영향에 전분기 대비 16.1% 줄어든 166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배터리사업은 3266억원 영업적자로 같은 기간 손실폭이 532억원 더 커졌다. 소재사업도 99억원 손실이 늘어난 130억원의 영업적자로 집계됐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에 판매량이 줄었고 러-우 전쟁장기화에 따른 유럽지역 동력비 증가 등이 배터리 적자확대에 작용했으며 소재사업은 판매량 소폭 증가에도 운영비 상승 등에 발목잡혔다는 게 SK이노베이션의 설명이다.

다만 배터리사업은 올 4분기 BEP 상회가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다. 회사측은 "급등했던 유럽지역 동력비 등의 상승세가 다소 완화되고 있고 원재료 가격 상승에 대한 판가조정 협의와 미국·헝가리 등 해외 새 공장 신규가동·안정화 등을 손익목표 산정에 충분히 반영한 만큼 4분기 흑자전환 목표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SK온은 2017년 이후 매년 2배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고 올해에도 전년대비 2배 이상인 7조원 중반이나 그 이상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SK온의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에 대해 당초 계획일정에 비해 지연되고 있지만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상반기 누적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 36조 1668억원, 영업이익 3조 9783억원, 당기순이익 2조 201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이 75.1%, 영업이익이 248.9% 증가했고 순이익이 흑자로 전환됐다.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 2017년 3조 2344억원의 연간 최대이익을 상반기에 이미 웃돈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은 향후 시황 개선으로 확보된 투자재원을 바탕으로 수소, 원자력, 에너지솔루션 스타트업 등 미래 에너지 분야를 발굴하고 투자를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양섭 재무부문장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도 미래에너지와 관련된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저탄소·무탄소 에너지와 순환경제 중심의 친환경 포트폴리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친환경 에너지 소재 회사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