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방역=자율방역?’... 신규 확진자 줄지 않으면 국민 신뢰 무너져

전파력 큰 'BA.5' 우세종화 및 '켄타로우스' 확산될 경우 확산세 급증할 듯

정부 방역평가 ‘긍정47%-부정45%’ 팽팽... '각자도생 방역' 부정 상승세

'과학방역' 리더할 복지부 수장도 없어... 장관 공석 65일째 장기화

안철수, ‘과학방역’ 책임에서 자유로율 수 없어... '적극 행동' 나서야

'6차 재유행세' 가팔라... ‘과학방역’ 실체적 효과 나타나야 신뢰 나와

코로나19 유행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윤석열 정부가 강조한 '과학방역'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되고 있다. 대선 공약은 물론 110대 국정과제에서 제시한 '정치방역이 아닌 과학방역'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신규 확진자 수가 석 달 만인 지난 27일 다시 10만명을 넘어섰고, 확진자 중 해외유입도 역대 최다치인 500명을 넘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만명을 넘은 것은 지난 4월 20일(11만1천291명) 이후 약 100일만이다.

전주 대비 신규 확진자 수가 2배가량 늘어나는 '더블링' 현상은 다소 둔화했으나 4주 전인 6월 29일(1만454명)과 비교하면 9.59배에 달해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의료계와 방역당국은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기존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3배 이상 빠르고 면역회피 성질까지 가진 하위 변이 'BA.5'가 국내에서 우세종화된 데 더해 이보다도 더 최악이라는 'BA.2.75(켄타우로스)'가 국내 첫 확인되면서 유행 규모 확대는 물론 장기화 될 것이라는 점에 우려감이 크다.

정부 방역평가 ‘긍정47%-부정45%’ 팽팽... 부정 상승세

  4개 여론조사기관 공동 NBS(전국지표조사)는 지난 25~27일 실시한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대응에 대해 '잘하고 있다(매우+잘함)'라는 긍정적 평가는 47%, '잘못하고 있다(매우+못함)'라는 부정적 평가는 45%로 집계됐다(모름/무응답 8%).고 28일 밝혔다.

정부 방역대응 긍정평가가 2주 전 조사(긍정 51% 대 부정 35%) 대비 4%포인트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10%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최근 코로나 확진자 수가 다시 급격히 증가한 가운데 정부 방역대책이 '국민 자율 방역'으로 전환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방역 강화 방향으로 '백신 접종, 방역수칙 준수 독려 등 자율방역'을 꼽은 응답이 55%로, '사회적 거리두기 재도입 등 정부 주도 방역'(41%) 보다 14%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의무 조치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정부 방역 긍정평가층에서는 '자율 방역'(65%)이, 부정평가층에서는 '정부 주도 방역'(56%)이 상대적으로 높았다.(응답률 16.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과학방역' 책임질 수장도 없어... 복지부 장관 65일째 공석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권덕철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5월 물러난 지 두 달 이상 경과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아직 후임자를 임명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재유행이 시작됐지만 방역 정책을 이끌어가야 할 수장의 공백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정호영·김승희 후보자를 차례로 지명했지만 각각 '아빠 찬스' 논란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연이어 자진사퇴했다.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생긴 이후 최장기 장관 공백이다.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복지부 장관 공석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대통령실은 전날(28일) '인선 작업 중'이라고만 밝혀 아직 적임자를 찾지 못한 점을 시인했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복지부 장관 자리는 한 달 이상 더 비워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과학방역’ 책임에서 자유로율 수 없어... '적극 행동' 나서야

  윤석열 정부에서 '과학방역'을 강하게 주장해온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겸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도 현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책임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인수위원장 당시 이전 정권의 방역 정책을 '정치방역'이라고 비판하며 새 정부는 '과학방역'으로 전환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 정부의 방역 정책에 대해 "여론에 따른 정책결정이어서 여러 실수가 나왔다"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지난 26일 과학방역과 백신 주권을 주제로 한 '민·당·정 토론회'에서도 "과학방역이란 전문가가 결정권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률상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위에 있어서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치인이나 관료가 전문가 위에서 결정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전 정부가 정치적· 정무적 판단으로 방역정책을 결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금은 국무총리가 결정권을 갖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해 전문가를 사령관으로 지명하는 것이 과학방역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소야대 상황에서 법을 바꾸기는 힘들다는 점을 언급한 뒤, "고민의 산물이 중대본 산하에 국가감염병위기 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전문가 의견을 중대본에서라도 반영하자고 했는데 늦었다"고 군색한 변명을 했다.

인수위 시절부터 '과학방역'을 주장하며 과학적 통계와 시스템을 통해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국민 자율적 책임방역에만 맡기는, 이른바 '각자도생 방역으로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정부의 코로나 대응의 기본 철학은 과학방역"이라며 "과학 방역은 코로나 대응 의사결정 거버넌스가 전문가들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과학적 증거에 기반하여 예방과 치료를 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통령실도 "새 정부의 방역 기본 철학은 희생과 강요가 아니라 자율과 책임으로 바뀌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방역대응과 차별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과학방역'의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에는 "정책 결과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의사결정 참여 과정과 시스템을 강조한 것"이라며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회의를 구성했다. 전문가들이 제언하는 내용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요구"라고 반박했다.

'6차 재유행세' 가팔라... ‘과학방역’ 실체적 효과 나타나야

  전문가들은 8월 중순이나 말쯤 하루 확진 규모가 30만 명에 달하면서 정점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우세종인 BA.5는 물론 더 위협적인 것으로 BA.2.75이 확산될 경우 지역사회 감염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유행 예측 모델에 의거 확진자 발생 규모는 8월 중 10만명대로 증가할 수 있고, 8월 중순 또는 8월 말에 25만명 전후 수준의 유행 정점을 예측했다. 위중증 환자는 800명, 1천여명, 1600∼2천명이 될 것으로 내다봤고, 사망자도 하루 최대 140명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칫 초기 확산 방어에 실패할 경우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큰 혼란을 빚은 병상확보 대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확보된 백신과 치료제, 검사역량과 의료 체계로 확진자 통제보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감축에 집중하면 감당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일반병상으로 전환된 코로나 중증 병상 마련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병상은 아직 여유 있다'던 방역당국은 부랴부랴 병상동원령 등 추가 처방을 내놨다.

한편 정부가 재유행에 대비해 4차 백신 접종 대상도 늘렸지만, 낮은 참여율에 면역 회피 능력이 큰 변이 유행 상황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거리두기·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같은 확산 억제책이 없는 만큼 개인의 자율방역 준수가 중요해졌지만 이행률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27일 코로나19 재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재택근무 활성화·유증상자 휴가·학원 원격교습 전환 등을 권고하는 내용의 '일상 방역 생활화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전 정부의 규제 중심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대신 과학적 근거와 국민의 자율성에 근거한 방역 대책에 따른 의무사항 없는 '권고·자제·요청' 이었다.

'6차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10만명에 다다랐지만 검사소나 병상 확보는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각자도생 방역'이라는 논란이 일자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이후 유행은 거리두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재인용하며 반박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자발적 거리두기'와 '백신 접종 필요성'을 강조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정부는 기존의 전파 차단을 위한 규제에 의한 거리두기는 실효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국민의 질병으로 인한 피해와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단 없는 일상회복 속 방역기조를 이어 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유행 위기 극복을 위해 사회 전반의 일상방역의 생활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방역 참여에 따른 유인책은 줄고 있는 상황에서 권고·당부 형태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반발은 피해갈 수 있게 됐지만 확산 방지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방역당국이 백신 피해보상 강화책을 내놓으며 불안 달래기에 나섰지만 국민들이 추가 접종에 나설 지도 의문이다. 백신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아울러 정부가 '국민 스스로 실천하는 생활 속 방역수칙 준수'로 대응방안의 방향을 잡은 근거로 최근 실시한 인식조사 결과를 들었다는 점에서도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과학방역'을 내세웠던 것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방대본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자율방역 공감 수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 ‘자율방역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 '국민참여형 자율방역을 유지하고 정부는 고위험군 방역에 집중'이라는 응답이 58.5%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 주도의 방역정책 강화'(38.5%)보다 20%포인트가 많았다.

다만 이 조사의 응답지는 '자율방역 유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모르겠다' 단 3가지로 지나치게 단순화한 선택지로 조사 결과의 신뢰도가 낮다는 점이 지적됐다.

신규 확진자 축소에 초점 두고... 병상 확보에도 주력해야

  정부는 이달 말까지 코로나19 검사부터 진료, 처방까지 한 번에 가능한 '원스톱진료기관'을 1만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지난달 밝힌 바 있으나 진료기관이나 병상 확보 속도가 확진자 증가세에 비해 더디다는 지적도 계속 나온다.

26일 기준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는 호흡기환자진료센터 전국 1만3천211개소 중 원스톱진료기관은 6천585개소이다. 위중증, 준중증, 중등증, 경증(생활치료센터) 등 코로나19 병상 보유량은 전체 6천77병상이다.

원스톱진료기관 확보가 더딘 이유에 대해 방역당국은 병상 확보를 과거처럼 강제로 일괄 비율을 정하는 게 아니라 현장 작동 가능 병상을 먼저 확인하는 절차 등을 거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중환자 전담치료병상인 위중증 병상의 전국 가동률은 21.3%(1천556개 중 332개 사용)이고, 준중증 환자 병상 가동률은 42.4%이다. 한편 중등증 병상 가동률은 33.1%로 아직은 여유가 있다.

하지만 현재 재택치료자는 40만명을 돌파했고, ‘6차 재유행’으로 신규 확진자가 증가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 병상 확보가 향후 고위험군 환자 치료에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누적 사망자는 2만4천932명, 코로나19 누적 치명률은 0.13%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최근 중대본 브리핑에서 "확진자 증가는 예측하고 있었고 당분간 증가 양상이 유지될 것"이라며 "일상방역 생활화로 증가 속도를 낮추되 치명률 증가, 중환자 치료 등에 있어 위기 징후가 확인되면 추가적인 사회대응조치가 필요한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이 자율방역을 추진하면서 '확진자 규모 억제책'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방역'이 아닌 '과학방역'을 방역정책 원칙으로 내세운 윤 정부의 방역효과, 즉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신규 확진자 규모 축모를 위한 결정적 한방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