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국채 신용리스크 급증세... 정부, 적극 방어나서야

CDS 프리미엄, 2018.4월(49bp) 이후 4년2개월 만 최고치 

18.74bp(2021.5월)→48bp(2022.7월)... 1년새 29.26bp 급상승

외국인 주식투자 순유출 급증... 1∽5월 동안 143.5억달러 빠져

짐 로저스 "전 세계 경험 못한 경제위기 올 것... 부채 너무 많아"

1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빅스텝'에도 불구하고 15일 장중 달러 환율이 1324원에 거래되는 등 금리인상 효과가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 국채(외국환평형기금채 5년물 기준)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월평균 48bp(1bp=0.01%포인트)로 2018년 4월(49bp) 이후 4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순유출이 다섯 달 연속 이어지고 있어 우리 경제 전반에 걸쳐 경고음이 켜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의 '6월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6월 중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자금은 30억1천만달러(약 3조9천억, 6월 말 원/달러 환율 1,298.4원 기준) 순유출됐다.

외국인들의 순유출은 2월 18억6천만달러를 시작으로 3월(39억3천만달러)→4월(42억6천만달러)→5월(12억9천만달러)→6월(30억1천만달러) 등 5개월 동안 총 143억5천만달러(약 16조원)에 달했다.

CDS 프리미엄, 일년새 약 30bp 급증... 4년 2개월만 최고

증시에서의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함께 국가부도위험도 높아졌다.

우리나라 국채(외국환평형기금채 5년물 기준)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월평균 48bp(1bp=0.01%포인트)로, 지난 5월보다 4bp 더 높아졌다. 이는 2018년 4월(49bp) 이후 4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가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왑(CDS)은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일종의 '보험 성격의 금융파생상품'으로, 대표적인 부도위험 지표다. 해당 국가 경제의 위험이 커지면 CDS 프리미엄도 올라간다.

지난해 5월 17일자 한국 5년물 CDS 프리미엄은 18.74bp를 기록, 2007년 7월24일(18.8bp) 이후 13년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대외건전성지표 호조에 국가 신용리스크 감소가 반영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경신해 당시 일본(17.77bp)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당시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은 전 세계 국가 중 17위로 신흥국 중에서는 가장 낮고, 선진국과 대비해서도 프랑스(23bp)보다 낮고 캐나다(18bp)와 거의 유사했다. 중국은 38.11bp였다.

불과 1년 사이에 CDS 프리미엄이 18.74bp에서 48bp로 29.26bp나 올라갔다. 이 기간 중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에너지·곡물 등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야기된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가 주요 원인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이로 인한 고유가·고물가·고환율의 신(新)3고 위기가 한국을 타격했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환율 상승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김현태, 美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韓 GDP↓·환율↑ 악영향

금융연구원 김현태 연구위원은 지난 8일 '미국 통화긴축 가속화의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현재 시장의 예측과 부합하는 수준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경우 한국 국내총생산(GDP)은 충격 첫해 연간 0.7% 하락하고 환율은 최대 약 16%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이 시장 예상치보다 높게 금리를 올렸을 때(4.5%) 한국 GDP는 첫해 연간 약 0.8% 하락하고 환율은 최대 약 19%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CDS 프리미엄 상승이 지속될 시 GDP는 연간 0.3% 떨어지고 환율은 최대 약 6%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만약 기준금리를 4.5%까지 올리고 시장 불안이 확산돼 CDS 프리미엄 지수가 오르면 한국 GDP는 첫해 연간 1.2% 하락하고 환율은 최대 24%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교역조건의 악화를 초래해 무역수지 적자 규모 확대는 물론 중장기적으로 대외 건전성 악화 및 자본유출의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과 관련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제2차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최근 금융시장 동향과 금리인상의 효과 등을 논의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회의에서 "(한은의 금리) 인상폭은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우리 금융시장은 오히려 안정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어느 정도 시장 기대가 선반영 돼 있었고,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되면서 금융시장은 오히려 안정세를 보였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앞서 한은은 전날(13일)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았다. 사상 처음 있는 일로 기준금리는 1.75%에서 2.25%로 상승했다.

이로 인해 17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관리에 빨간불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영끌자'과 '빚투자'들의 대출이자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책을 실시해온 대출만기 연장 등 금융지원이 중단될 경우 가계부실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다. 

로저스 "엄청난 경제위기 올 것", 尹대통령 "금융위기 대비 선제적 조치" 강조

세계적 투자자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지난 1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현 글로벌 경제상황에 대해 자신의 생애에서 겪었던 가장 큰 경제적인 위기가 오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강한 위기감을 나타냈다.

로저스 회장은 그 이유에 대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과 국가들의 부채가 너무나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행의 '빅스텝' 금리인상이 인플레이션 대응 차원으로 불가피하다고 봤다. 아울러 새 정부의 긴축재정정책과 관련해서도 "필요하다"며 긍정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14일) 오전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 리스크는 비금융 실물 리스크와 달리 전파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라며 "늘 세밀하게 모니터링해서 위험 확산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적기에 조치해야 한다"고 관계당국에 주문했다.

최근 금리 인상으로 취약계층의 금융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선제적 조치로 금융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다. 채무조정과 금융지원 등을 통한 선별적 금융복지, 금융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역설했다. 

최악의 국가부도위험 우려 수준 아니지만... 곳곳에 경고음

아직은 최악의 국가부도위험을 우려할 수준까지는 아니나, 한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상반기 외환보유고가 248억4천만 달러나 급감하고 무역수지가 103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은 결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하반기 수출환경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제성장 전망치가 하향조정 되는 등 경고음이 점점 커져가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교수신문에 기고(14일)한 글에서 윤 정부가 중점을 둬야 할 점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폭등과 물가인상, 중국봉쇄, 미국 달러환수로 인한 국제금융위기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이 2022년 12월까지 기준금리를 3.5%까지 올리고, 2023년에는 4.5%까지 인상할 경우 환율 급등으로 인한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22년 6월 GDP 대비 외환보유고 비중을 보면 한국이 27%로 가장 낮다. 스위스 139%, 홍콩 134%, 싱가포르 102%, 대만 91%, 사우디아라비아 59%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대만은 GDP 91% 외환보유고 비축으로 위기를 넘겼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때도 환율이 1600원으로 상승하면서 위험했지만 당시 강만수 기재부장관의 미국 방문과 강력한 요청으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안정됐다고 했다. 그리고 그 때는 한일 통화스와프도 있었지만 지금은 외환위기를 방어할 두 개의 방어막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경우 1300원 환율상승이 국제금융위기의 신호라고 했다. 현재 환율이 1300대(7월14일 현재 환율은 1320원대)로 상승했다. 지금이 금융위기의 경고음이 울린 셈이다.

6월과 7월 미국 기준금리 0.75% 연이은 인상으로 전 세계에 풀린 6조 달러가 환수된다. 한국은 2008년과 같은 국제금융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한국이 글로벌 위기에 가장 취약한 국가라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 "尹정부, 외환위기 막아야"... 한미 통화스와프, 외환보유고 확대 등 제언

BIS가 권고하는 한국 적정외환보유고는 9300억 달러다. 지난 6월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382억8000만달러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종료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 재개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야기된 경제 위기는 장기적이고 복합적으로 올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대외교역이 중심인 우리나라로서는 이 같은 상황에 매우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풍선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