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보당국 "푸틴의 한방, 분열·갈등 조장해 미 선거 개입 가능성" 경고

미국 정보당국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미국 주도의 대(對)러시아 제재 조치에 보복하기 위해 미국 내 분열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중간선거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CNN은 19일(현지시간) 미 국토안보부(DHS) 정보분석국의 기밀 해제된 최신 보고서를 인용해 “러시아가 11월 중간선거를 훼손하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관리들은 러시아가 선거 기간 미국의 분열을 조장하고 이를 어떻게 악용할지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이어 “러시아가 미국 선거의 무결성에 대한 음모를 조작하기 위해 (적발될 목적으로 일부러) 탐지 가능한 소규모 해킹 공격을 감행하는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한 정보당국 관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이 같은 시도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하는 2020년 대선에 대한 잘못된 의심과 일치하게 하려고 고안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DHS는 지난 7일 ‘미국에 대한 테러 위협’과 관련한 최신 권고에서 “미국 중간선거가 다가오면서 악의적 해외 세력들은 이전 선거 때처럼 내분을 심고 미국 시민들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메시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해커가 미국 지방 카운티 유권자 등록 시스템에 침입한 뒤 이 같은 사실이 탐지되도록 하고, 이후 러시아가 지원하는 또 다른 세력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해당 문제를 증폭시켜 분노나 폭력적인 반응을 일으키려 한다는 것이다.

한 미국 선거 보안 관계자는 “사실 러시아는 선거를 앞두고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면서 “갈등의 소지가 어디서 발생하는지를 지켜보다가 그것을 악용해 불신과 분열을 조장하면 된다”고 말했다.

CNN은 바이든 행정부의 측근의 소식통을 인용, “이 방법은 푸틴이 고안해 낸 ‘손 안 대고 코 풀기’ 식의 복수 방법”이라며, “그는 미국이 주도한 서방의 대러 제재에 한 방을 날리려 벼르고 있다”고 했다. CNN은 지난 2021년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진 폭동을 언급하면서 미국 선거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일으키는 일은 결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CNN이 입수한 미국이 봉착한 위협에 대한 DHS 정보 평가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이같은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DHS 평가에는 중국과 이란도 미국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만 이는 약탈 경제와 사이버 스파이 활동 등이지 선거에 관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발표한 평가는 미국이 평가한 것과 다르다고 CNN은 전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로 하여금 선거 의사를 단념케 하고 선거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확신을 심어주거나 선거기관이나 후보자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듦으로써 사회적·정치적 불화와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CNN은 이를 통해 미국의 글로벌 위상을 떨어뜨리고 국력을 약화하는 것이 러시아의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현직 미국 관리 5명은 이 같은 시나리오가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4월까지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사이버 보안 및 방첩 관련 업무를 맡았던 니콜 티스데일은 “보트에 난 작은 구멍을 인지한 후에는 이미 때가 늦어 보트 전체가 가라앉듯이 (선거 과정에서) 조그마한 일이라도 발생하고 난 후에는 걷잡을 수 없는 광기와 혼돈을 키울 것”이라며 경고했다.

CNN은 “미국 선거를 방해하고 약화하려는 러시아 시도는 거의 10년 동안 발생해 왔다”면서 “이러한 러시아의 진화는 미국 관리들로 하여금 위기에 봉착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2018년 러시아인 13명과 러시아 단체 3곳을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돕고 상대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방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공모자들이 미국의 분열을 조장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약화하려 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민자 문제, 코로나19 제한, 2020년 대선 사기 등 다양한 이슈에서 심각한 분열이 발생하고 있고, 이 같은 이슈가 결합해 가짜뉴스가 확산하는 방식이 정교해지고 있다고 정보당국자들은 우려했다.

CNN은 “DHS는 최근 수개월 동안 이 같은 내용의 정보를 주 및 지방 선거 당국에 브리핑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민주당 상원의원 17명은 미 국방장관과 국토안보부 장관,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부(CIA), 국가안보국(National Security Agency) 국장에게 이를 우려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허위 정보 캠페인이 놀라울 정도로 증가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우리는 잠재적인 악의적 영향력 작전으로부터 우리 선거를 보호하기 위해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