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美 전문가들 예측
볼튼 "최선희 발탁, 외교적 방법으로 북핵 문제 해결 가능성 전무해져"
피츠패트릭 전 비확산담당 부차관보 "崔, 유연성 없는 강경 인물"
통일부 "특정 인사 교체, 北 대외정책 변화와 반드시 연관된 건 아니다"
◆…북한이 지난 8~10일 진행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외무상으로 임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북한 매체는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1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권을 수호하는 데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우리 당의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재천명하고 국방연구 부문이 추진해야 할 전투적 과업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미 협상 전문가이자, 동시에 북미관계가 대립할 때마다 전면에 나섰던 강경파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외무상으로 임명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강대강, 정면승부’를 강조하면서 대남·대미라인 고위급 주요 인사를 대폭 교체한 점에 대해 미국과의 정면승부에 나서면서 강경한 대남정책으로 모든 협상에서 남측을 배제하고 팽팽한 갈등을 지속해가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최선희 외무상은 지난 2018년과 2019년 북미 회담뿐 아니라 4자·6자회담 등에 여러 차례 참여해 미국과의 협상을 이끌었던 ‘미국통’으로 최근까지도 외무성에서 대미 전략·분석업무를 총괄하면서 북한 내에서 대미외교의 일인자로 인식돼왔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4일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북한과 협상을 해본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최선희 신임 외무상이 향후 북한의 대미·대남 협상을 총괄하게 됨으로써 그 어느 때보다 문제 해결에 난항을 겪을 것임을 예고했다.
VOA에 따르면 볼튼 전 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VOA와 전화통화에서 "최선희는 김정은과 중요한 의사소통 창구를 갖고 있었고 정책 계획과 협상 전략에 있어 매우 강력한 위치에 있었다"며 "이전부터 북한의 협상 전략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최선희를 외무상으로 발탁함에 따라 외교적 방법으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전무해졌다"고 진단했다.
최 외무상은 이전부터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바보’로 부르는 등 상당히 적대적인 대미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 왔고,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 협상팀이 여러 차례 마주한 최 외무상의 태도 역시 매우 강경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인물을 외무상에 발탁했다는 것은 북한이 외교적 관여에 관심이 없다는 신호이며 더 나아가 (미국 본토를 공격할 ICBM과 같은) 무기 역량을 갖추기 위한 마지막 기술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실험을 계속하겠다는 의미라는 게 볼튼의 설명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도 최선희 외무상과 여러 형태의 미북 협상에 함께 참여했다며 사안의 핵심을 꿰뚫는 유능한 인물로 기억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인 2003년부터 6자회담뿐 아니라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 각국에서 열린 미북 간 비공식 대화에서 최 외무상을 상대했다"면서 “매우 유능하고 명료하며, 영어를 잘 구사했다"고 말했다.
또한 "미북관계와 남북관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등 모든 핵 관련 의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김정은이 협상 재개를 고려해 최 외무상을 임명했다면 그녀는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라고도 평가했다.
비공식 회담에서 최 외무상과 자리를 함께 했던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당시 구체적인 논의 사안에 대해 언급할 수는 없지만 최 외무상은 유연성이 전혀 없는 매우 강경한 인물로 인간미가 없어 보였다고 회고했다.
다만 "김정은이 미국과의 협상 경험이 많은 최선희를 외무상에 임명한 또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북한의 이번 인사가 미국의 대화 제안에 북한이 응할 준비가 됐다는 징조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외무상은 오랜 미국과의 협상 경험을 토대로 대미 협상에 나설 것이며 과거처럼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볼튼 전 보좌관은 “북한이 미국과 협상에 나설 경우, 북한의 목표는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마주 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0년 동안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어떤 전략적 결정 증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경제적 이익을 대가로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약속하지만 경제적 이익을 얻고 나면 약속을 저버린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부터 북한 외무성에서 근무한 최선희는 2003년 8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열린 6자회담에서 통역을 맡았고 2010년에는 북미국 부국장으로 승진했다. 이듬해 7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북핵 6자회담 북측 차석대표로 참석한 바 있다.
2016년 북미국장에 임명된 최 외무상은 지난 2018년에 열린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과 2019년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맡은 바 있다고 VOA는 전했다.
한편 우리 통일부는 이날 북한의 최 외무상 임명으로 일각에서 북한의 대미협상 재개 가능성이 제기된 것과 관련, "특정 인사의 교체가 북한의 대외정책 변화와 반드시 연관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관련 상황에 대한 정부의 판단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이번 인사와 당 전원회의 결과와 관련해 북한이 앞으로 구체적으로 내놓을 정책적인 조치들을 지켜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