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감사 정상 작동 여부, 회계법인 품질관리시스템 점검
우리은행 외에도 “내부통제 긴급 점검해 달라”
자사주 매입·배당은 손실흡수능력 내에서 신중해야
예대마진 적정 수준 관리해야...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 당부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3일 우리은행 ‘614억원 횡령’ 사건과 관련해 책임자를 엄정 조치하는 한편 외부감사인의 감시기능이 정상 작동했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이날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감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최근 발생한 대형 금융사고는 은행권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원장은 “현재 진행 중인 검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해 사고에 책임 있는 관련자에 대해 엄정 조치하고, 내부통제 미비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부감사인의 감시기능이 정상 작동했는지 조사하고 있으며, 회계법인의 품질관리시스템상 미비점이 있는지도 점검할 것”이라며 “그동안 감독당국의 검사과정에서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어제 모든 은행에 주문한 바와 같이, 각 은행 자체적으로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에 문제가 없는지 긴급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일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등 모든 은행에 내부통제 시스템을 긴급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자사주 매입·배당 신중히...과도한 예대마진 추구 안돼
정 원장은 또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는 상황인 만큼 은행권도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들이 잠재 신용위험을 보수적으로 평가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야 하고, 자사주 매입·배당은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의 과도한 예대마진 추구를 경계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정 원장은 “금리상승기를 맞아 예대금리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데 은행이 과도한 예대마진을 추구한다면 장기적으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은행권은 예대금리차를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고 금리산정 절차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성화해 금융소비자의 금리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며 “금융당국도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에 대한 시장규율이 원활히 작동될 수 있도록 예대금리 공시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정 원장은 가계·기업부채 관리와 외화유동성 관리능력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가계부채 부실 문제가 우리 경제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기업부채와 관련해서는 신용위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종료 시 상환부담 급증으로 부실이 확대되지 않도록 연착륙 방안을 잘 마련해 이행해 달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은행의 외화유동성 관리능력과 국가별 익스포저 한도관리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취약부문 발견 시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방침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국민 이재근 행장, 신한 진옥동 행장, 우리 이원덕 행장, 하나 박성호 행장, SC 박종복 행장, 씨티 유명순 행장, 농협 권준학 행장, 수협 김진균 행장, 대구 임성훈 행장, 부산 안감찬 행장, 경남 최홍영 행장, 광주 송종욱 행장, 전북 서한국 행장, 제주 박우혁 행장, 케이 서호성 행장, 카카오 윤호영 행장, 토스 홍민택 행장 등 17개 국내은행 은행장들이 참석해 대내외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