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필리버스터’ 맞서자 민주당, ‘회기쪼개기’ 대응
장제인, 중앙선관위 향해 ‘월권 아닌가’
고민정, ‘청와대 이전’부터 국민투표 해라
법조계, 국민투표 '부의 대상'인지 의견 엇갈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입구에 이른바 '검수완박'과 관련해 시민단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찬반 국민투표의 실현을 위한 입법 보완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의 입법 강행을 저지할 대응책이 없다는 현실적 판단 하에 국민투표 여론전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는 양상이다.
이준석 원내대표는 28일 국회 최고위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검수완박 법안 국민투표와 관련해 "인수위 측과 소통해서 당에서 지원이 필요한 게 있으면 국민투표에 있어서 재외국민에 대한 부분은 즉각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인수위·국민의힘 당정협의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이미 제출된 걸로 알고 있다"며 "당연히 합치가 되도록 개정노력을 해야된다"며 각오를 다졌다.
앞서 27일 박병석 국회의장은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 번복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본회의를 소집했다.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중재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섰다.
민주당은 회기 쪼개기 전술로 대응해 회기 종료와 함께 필리버스터를 종료시켰다. 필리버스터가 끝난 안건은 다음 회기에서 바로 표결에 부칠 수 있다는 국회법을 이용한 것이다.
민주당의 입법 강행처리에 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전날 국민투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검수완박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만큼, 국민의힘은 국민투표 띄우기 여론전에 나섰다.
헌법 제130조2항에 따르면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검수완박을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으로 보고, 국민들에게 직접 의견을 구한다는 게 윤 당선인 측 논리다.
이에 중앙선관위는 27일 현행 규정상 투표인 명부 작성이 안 돼 "불가능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의 국민투표법 일부 조항이 헌법재판소의 2014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효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의 불가 입장에 윤 당선인 측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제인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관위는 합의제 기관이다. 정식으로 중앙선관위에 안건을 상정해 결론난 것도 아닌데 사무처 직원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건 월권 아닌가"라며 중앙선관위 입장에 대해 비판했다.
이어 "입법을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거고, 민주당이 그걸 통과 안 시켜주면 국민투표가 두려운 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선관위는 관리기관이지 해석기관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에 국민투표가 불가하다, 헌법불합치가 맞다고 보면 공직선거법상 지금 재보선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재보선이 이뤄질 때 재외국민들한테 그런 투표를 주느냐, 안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투표법 개정 성사 가능성에 대해 '현실 불가능"이라며 일축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분리는 국민투표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법에도 없는 ‘국민투표’ 카드를 꺼내 들었다”며 “그렇게 하고 싶다면 ‘청와대 이전’부터 국민투표에 부치라”고 맞불을 놨다.
한편 학계와 법조계에선 검수완박 법안이 국민투표 부의 대상인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검수완박 vs 부패완판 범국민 토론회’에 이날 참석한 이호선 국민대 교수는 “검수완박 법안은 공동체의 안위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한다”며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국민의 일상적 삶을 편안하게 하는 내치의 시스템을 바꾸는 것으로 국가 안위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신평 변호사는 27일 페이스북에 "검수완박 법률안은 국민의 의사를 물어야 할 중대한 대상이므로 국민투표에 하등의 절차적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국민투표 회부를 제안하는 글을 올렸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A교수는 “군사정권 유신헌법 때 대통령의 국민투표 부의권이 오남용된 전력이 있어 투표 대상을 엄격히 봐야한다”며 “헌법이 아닌 일반 법률을 국민투표에 붙이겠다는 발상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중앙일보는 27일 보도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법안이 통과된 뒤에 국민투표를 하면 결국 '신임투표'로 갈 수밖에 없다"며 "그렇기에 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그는 검수완박법이 국민투표 대상이 되는지 관해서도 시각차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사항'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는지에 대해선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30일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지고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상정되면 또 한 번 이 안건을 두고 2차 필리버스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