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디폴트 3가지 시나리오…"유예기간 지나봐야"

러시아가 외화 표시 국채이자를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취할 3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16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달러 표시 국채 이자 1억170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이달 남은 기간 동안 6억1500만 달러를 추가 상환해야 한다. 다음 달 4일에는 20억 달러의 원금과 1억3000만 달러의 이자 상환도 앞두고 있다.

투자 전문가들은 앞으로 3가지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다.

첫 번째는 러시아가 이자를 전액 달러로 지불해 채무불이행 위기를 벗어나는 것이다. 러시아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과 로스네프트는 지난 10일 동안 역외채권에 대한 지급을 마쳤다. 이에 러시아 정부도 자국 이익에 부합한다고 느낀다면 지불할 개연성이 있다.

두 번째는 러시아 정부가 이를 지불하지 않는 것이다. 러시아가 이날 이자를 갚지 않더라도 바로 국가부도로 이어지지 않는다. 보통 역외채권은 유예기간 30일을 갖는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러시아가 루블화로 지불하는 방법이다. 다만 채권의 법적 조건에 따라 채무불이행과 다름없다. 따라서 유예기간 30일이 시작된다.

구이도 샤모로 스위스 픽텟은행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유예기간이 끝나는 4월 15일이 지나 봐야 알 수 있다"며 "유예기간 안에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로 수많은 세계 기업이 러시아를 떠났으며 전 세계 물가를 크게 자극했다.

제프 그릴스 에이곤자산운용 신흥시장 부채담당자는 "시장은 러시아가 국채 이자를 상환하지 않으리라고 예상한다"며 "이번 분쟁은 세계 시장을 불안에 떨게 하는 몇 안 되는 큰 사건"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주 러시아 국채 신용등급을 채무불이행 직전 단계인 C로 하향 조정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CCC-로 조정했다. 무디스 역시 신용등급을 채무불이행 직전 단계인 'Ca'로 내렸다.

샤모로 매니저는 "이런 상황에선 예상치 못한 일을 예상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며 "어떤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 편, 실제 러시아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들어가더라도 그 파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지난 14일 윌리엄 잭슨 캐피털이코노믹스 경제분석가는 러시아의 채무불이행은 상징적인 사건일 뿐"이라며 "채무불이행이 세계 다른 지역은 물론 러시아에서도 심각한 파장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러시아의 달러 표시 국채가 액면가 대비 20%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러시아의 채무불이행은 이미 국채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보유 러시아 외화표시 국채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이라며 "러시아 정부가 외화 표시는 물론 루블화 표시 국채까지 외국인 투자자에게 이자와 원금 지급을 중단한다고 해도 전체 국채 규모는 700억 달러로 2020년 아르헨티나 채무불이행 때 국채 규모보다도 적다"고 설명했다.

다만 잭슨 분석가는 이번 러시아 채무불이행에서 두 가지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첫째는 중요 금융기관이 러시아 국채를 많이 보유했을 경우 세계 금융 시스템으로 충격이 퍼질 수 있다는 점, 두 번째는 러시아 국채 채무불이행이 러시아 회사채 채무불이행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러시아 기업의 대외 부채는 러시아 정부 부채보다 4배가량 많다.

잭슨 분석가는 "러시아 기업은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 이후에도 채권 이자를 잘 갚아왔지만, 무역 체계가 무너지고 제재 범위가 확대돼 경제가 깊은 침체에 빠지면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