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日, 역사 직시하고, 선진국으로서 리더십 가져달라"

103주년 3.1절 맞아, 한일 경색국면 타개를 위한 메시지 전달 "역사 직시해야"

강제징용·위안부 판결 이슈로 한일관계 교착상태 장기화에 '대화 통한 해결'모색

더 강한 국가 위해선 '한반도 평화' 필요성 강조 "대화만이 평화 가져올 수 있어"

신냉전 우려엔 "경제 10위, 수출 7위, 군사력 6위, 혁신지수 1위 당당한 나라"

문재인 대통령은 3.1절을 맞아 일본 정부를 향해 "한일 관계를 넘어서, 일본이 선진국으로서 리더십을 가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시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거행된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에서 "일본은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 앞에서 겸허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한때 불행했던 과거’로 인해 때때로 덧나는 이웃 나라 국민의 상처를 공감할 수 있을 때 일본은 신뢰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제징용과 위안부 판결 문제로 경색국면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한일관계를 대화를 통해 미래지향적으로 나가자는 메시지를 거듭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 관련 질문에 "제가 늘 좀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과거사는 과거사이고, 또 한일 간에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되는 것은 그것대로 또 해 나가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과거사 문제는 사안별로 분리해서 서로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일본 정부의 정부 대화 차단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일 양국의 협력은 미래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선조들은 3·1독립운동 선언에서 ‘묵은 원한’과 ‘일시적 감정’을 극복하고 동양의 평화를 위해 함께하자고 일본에 제안했다"며 "지금 우리의 마음도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은 지금, 가까운 이웃인 한국과 일본이 ‘한때 불행했던 과거의 역사’를 딛고 미래를 향해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대한민국이 더 강한 국가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것이 '한반도 평화'임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3·1독립운동에는 남과 북이 없었다. 다양한 세력이 임시정부에 함께했고, 좌우를 통합하는 연합정부를 이루었다"며 "그 끝나지 않은 노력은 이제 우리의 몫이 되었다"고 통일을 염원하는 함성이 되살아날 것임을 확신했다.

그러면서 "우선 우리가 이루어야 할 것은 평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한국 전쟁과 그 이후 우리가 겪었던 분단의 역사는, 대결과 적대가 아니라 대화만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며 "우리 정부는 출범 당시의 북핵 위기 속에서 극적인 대화를 통해 평화를 이룰 수 있었다"고 소회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의 평화는 취약하다. 대화가 끊겼기 때문"이라면서 "평화를 지속시키기 위한 대화의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우리가 의지를 잃지 않는다면,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반드시 이룰 수 있다"며 "100년 전의 고통을 결코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평화를 통해 민족의 생존을 지키고, 민족의 자존을 높이고, 평화 속에서 번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 속에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있고, 힘으로 패권을 차지하려는 자국중심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점을 우려하면서도 패권적 국제질서를 거부한 3·1독립운동의 정신을 토대로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신냉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폭력과 차별, 불의에 항거하며 패권적 국제질서를 거부한 3·1독립운동의 정신이 흐르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세계 10위 경제 대국, 글로벌 수출 7위의 무역 강국, 종합군사력 세계 6위, 혁신지수 세계 1위의 당당한 나라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3·1 독립운동의 정신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의 역사를 우리가 주도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지금,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판 뉴딜이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미래전략이 되며 디지털·그린 뉴딜로 새로운 산업과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들고 있고, 휴먼 뉴딜로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 확충, 지역균형 뉴딜로 국가 균형발전시대를 열며 혁신적 포용사회로 확실한 전환을 시작했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경제가 안보인 시대, 글로벌 공급망의 어려움도 헤쳐 나가고 있다"며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우리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다자주의에 입각한 연대와 협력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이 생겼고, G7 정상회의에 2년 연속으로 초대받을 만큼 국가 위상이 높아진 점과 신남방·신북방정책은 물론 중남미와 중동까지 확장한 외교로 경제협력과 외교·안보의 지평을 넓힌 점도 부연설명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대의 FTA, RCEP이 지난달 발효되면서, 우리는 세계 GDP의 85%에 달하는 FTA 네트워크를 갖추게 되었다"며 "우리의 경제영역이 그만큼 넓어진 것"이라고 경제적 성과도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3·1독립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선조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위대한 유산임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 광복절 기념사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 건립을 약속한 데 이어, 그해 중국 방문 때 중경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를 찾아 임시정부기념관 건립을 선열들께 다짐했던 점을 언급하며 "그 약속과 다짐이 드디어 이루어졌다"며 "3·1독립운동의 정신과 임시정부의 역사, 자주독립과 민주공화국의 자부심을 국민과 함께 기릴 수 있게 되어 매우 뜻깊다"고 소회했다.

그는 이어 "임시정부 기념관에는 3·1독립운동의 함성이 담겨있다. 풍찬노숙하며 나라의 독립에 한평생을 바쳤던 지사들의 애국심이 담겨있다"며 "우리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뿌리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역사는 평범함이 모여 위대한 진전을 이룬 진정한 민주공화국의 역사"라면서 "민주공화국의 역사를 기억하고 기리는 일은 오늘의 민주공화국을 더 튼튼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힘줘 말했다.

문 대통령은 끝으로 "이제 누구도 대한민국을 흔들 수 없다. 이제 누구도 국민주권을 빼앗을 수 없다. 이제 누구도 한 사람의 삶을 소홀히 대할 수 없다"면서 "이곳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은 평범함이 이룬 위대한 대한민국을 기억할 것이며, 국민들에게 언제나 용기와 희망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