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이베스트, 온라인 증권사 효과 톡톡
종투사 중엔 삼성·한국투자·메리츠 상위권
증권사들은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투자은행(IB), 자기매매(PI) 부문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특히 자기자본을 꾸준히 늘리며 자본력을 바탕으로 중개자를 넘어 운용·투자 주체로서 역할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20개 증권사는 자기자본이 12.8% 불어나는 동안 순이익이 55.3% 증가하면서 ROE가 개선됐다. 특히 ROE 1위를 유지한 키움증권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조만간 지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브로커리지 강자를 넘어 IB(투자은행)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52개 증권사 중 자기자본 규모 상위 20개 증권사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ROE는 2020년 9.2%에서 지난해 12.7%로 3.5%p 높아졌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기초·기말자본의 평균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들이 자기자본 대비 얼마나 이익을 거뒀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증권사들이 불어난 몸집에 비해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ROE가 9.2%에서 12.7%로 올랐다는 것은 2020년에 자기자본 1만원을 활용해 920원을 벌었지만 2021년에는 1270원의 이익을 냈다는 의미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ROE 24.5%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지켰다. 순이익이 7725억원으로 전년보다 36.5% 증가한 가운데 자기자본이 작년말 3조7933억원으로 불어나면서 전년에 비해서는 ROE가 소폭 하락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9월 신청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가 조만간 마무리돼 IB 부문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서 기업신용공여, 발행어음, 종합금융투자계좌(IMA)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증권 등 8곳이 종투사로 등록돼 있다. 이들 가운데 삼성증권(16.8%), 한국투자증권(16.4%), 메리츠증권(14.2%), NH투자증권(13.1%), 하나금융투자(11.6%)가 ROE 톱10에 들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해 19.2%로 ROE 순위 2위를 유지했다. 자기자본은 작년말 기준 9286억원으로 늘었다. 키움증권과 같은 온라인 기반 증권사로서 낮은 고정비용과 주식투자 열풍에 힘입어 높은 자본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다.
중형사 중에서는 하이투자증권(15.1%)과 BNK투자증권(13.5%), DB금융투자(12.2%)가 ROE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BNK투자증권은 자본이 50.3% 불어난 가운데 순이익은 115.2%로 증가하며 ROE가 4.1%p 높아졌다.
종투사인 미래에셋증권(8.7%), 신한금융투자(6.7%)는 몸집이 더욱 커진 탓에 ROE 상승이 제한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래에셋증권은 작년말 지배주주 자기자본으로 10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자본 규모를 자랑했다.
그밖에 KB증권(11.4%), IBK투자증권(11.3%), 교보증권(10.8%), 현대차증권(10.5%)도 10%대 ROE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제공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기업신용도 악화, 채무상환유예가 발생하면서 기업신용공여는 성장이 정체됐다. 이에 초대형 IB(투자은행) 4사의 발행어음 잔액은 전년대비 3.7% 감소한 16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석훈 선임연구위원은 “증권사들이 ROE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산관리, 기업금융, 기관투자자 대상 맞춤형 중개서비스와 같이 성장잠재력이 큰 부문에서 시장을 창출하고 수익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아름 연구원은 “초대형 IB는 기업금융과 M&A 중개·자문을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중소형사의 경우 자본력이 크게 요구되지 않고 고객과의 관계와 전문성이 핵심인 벤처기업·중소기업 M&A 자문 영역을 특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