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장관, 유엔 안보리서 러시아 침공 계획 상세히 설명...러시아에 ‘불가침 선언’ 요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유엔 안보리에 출석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유엔 안보리의 대응책을 논의했다.

17일(현지시간) 러-우크라 간 전운 고조 위기 속에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뮌헨 안보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하기 전 린다-토마스 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표부 대사의 요청으로 급히 안보리에 참석했다.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The Hill)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구실을 만들고 있다”며 “이는 우크라가 러시아 정부의 심기를 건드는 선제적인 사건을 만들어놓고 침공하는 전략”이라고 했다.

블링컨은 이것이 테러리스트 폭탄 테러, (후세인 정권 때처럼) 조직적 살해 증거인 대량 공동묘지 발견, 민간인 무인 드론 공격, 화학 무기를 사용한 공격 등의 여러 형태를 취할 수 있으며 이 모든 것은 러시아가 미리 꾸며낸 우크라의 가짜 선제공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국영 언론이 우크라가 러시아를 선제공격할 수 있다는 ‘가짜 위기’를 보도해 러시아 시민들을 선동한 후 우크라 거주 러시아인 보호를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했다.

더힐은 이날 블링컨의 발언이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의 침공을 억지하기 위해 마련한 전략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자국의 군사행동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 정보를 흘려 국제사회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한다고 전했다.

블링컨은 러시아가 어떻게든 구실을 만들어 일단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게 되면, 인구 280만 수도 키예프를 포함한 우크라 전역에 러시아 미사일과 폭탄이 투하되고 통신이 두절되며 사이버 공격으로 우크라 주요 기관이 폐쇄되는 지상 침공이 러시아의 구체적인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조지 W.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3년, 안보리에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이라크 침공을 지지하도록 세계를 결집시킨 사실을 언급하며 “오늘 내 발언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나는 오늘 전쟁을 시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을 막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온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날 블링컨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을 것을 오늘이라도 선언할 수 있다”며 무력을 동원한 불가침 선언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날 유엔 안보리에 참석한 세르게이 베르쉬닌 러시아 외무차관은 “블링컨의 근거없는 의혹 제기에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군은 훈련을 마친 뒤 국경에서 철수 중이라며 위협이 아닌 매우 진지한 대화를 원한다고 했다.

전날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친러 반군이 장악한 루간스크에 4차례 포격한 사건과 관련해서는 “우크라가 일방적으로 민스크 협정을 이행하지 않아 우크라 동부 돈바스(도네츠크, 루간스크주)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는 어떠한 군대도 철수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더 많은 병력을 접경지역으로 이동시켜 수일내 우크라 침공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러시아는 2월에 안보리 의장직을 맡는다. 러-우크라 안건이 안보리에서 다뤄진 건 지난 1월 31일에 이어 이번이 2번째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내주 유럽에서 대면 회담을 제안하는 서한을 보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