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상승 확산세…소비자물가, 작년 수준 넘을 것”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물가상승압력 확산 동향 평가’ 보고서에 의하면 물가상승 품목의 비중을 나타내는 물가상승 확산지수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10월 이후 3%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충격의 회복과정에서 수요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에너지·원자재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병목 등이 더해져 물가상승압력이 전반적으로 확대되면서 물가상승 품목의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보고서는 물가상승 확산 양상의 주요 특징으로 물가상승압력이 석유류 등 비근원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근원품목(식료품·에너지 제외)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을 들었다.

특히 물가상승률이 2%를 웃도는 금원품목의 개수는 지난해 132개에서 올해 1월 239개로 2배 정도 늘었다. 이로인해 1월 현재 근원인플레이션은 1년 전에 비해 2%p 가까이 높아졌다. 보고서는 다른 특징으로 근원품목 내에서 외식품목의 물가상승 확산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외식물가 오름세가 예년 수준을 큰 폭으로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현재 39개 외식품목 중 커피를 제외한 38개 품목의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인상됐으며 이 중 32개 품목은 3%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들어 커피가격도 오르며 3% 이상 상승한 품목의 개수도 34개로 전월대비 더욱 늘어났다.

오강현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과장은 “국제 유가가 오르고 식료품비가 오르면서 가공식품도 오르고 있다”며 “외식품목 39개 중에 34개 품목이 이미 올랐지만 음식점도 올리는 시점이 다양하고 다시 인상할 수 있어 추가적으로 외식품목이 늘어날 수도 있고 같은 품목이 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공급병목에 따른 물가상승압력이 자동차, 가구 등 일부 내구재를 중심으로 점차 뚜렷하게 나타나는 특징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와 가구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특히 4분기 중에 집중적으로 상승했으며 동 품목의 물가상승 확산세는 여타 내구재에 비해 상당폭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2000년 이후 장기 추이를 보면 최근 물가상승률 자체는 과거 물가 급등기(2008년, 2011년)에 비해 낮지만 물가상승 확산세는 더 높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고 말했다.

오 과장은 “과거 물가 급등기와 달리 경기회복 국면에서 물가가 상승하고 있어 향후 경제활동이 본격적으로 정상화될 경우 여행, 숙박 등 외식제외 개인서비스물가에 대한 상승압력도 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공급병목 지속 등으로 물가상승압력이 보다 많은 품목에 걸쳐 나타나면서 금년 중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수준을 상당폭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 과장은 “물가상승 확산 정도가 커지는 가운데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경우 추가적인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경제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