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철강 232조' 일본과 관세 분쟁 타결...한국은?

미국이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일본 철강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했던 수입 제한 조치를 일부 해제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는 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미·일 신규 관세 협정’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오는 4월부터 일본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했던 25%의 관세를 ‘쿼터제’로 전환해 54개 품목, 연간 125만 톤까지는 일본산 철강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저율할당관세(TRQ)’가 적용된다. 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10%의 관세 부과 대상이었던 알루미늄에 대해서는 이번 재협상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나 레이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성명에서 “미국의 제조업 경제를 활성화하고 기업의 원가 절감과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일본과 철강 무역 조치를 재협상 했다”며 “이는 기존 EU와 체결한 협정을 기반으로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발표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고 경쟁력 있는 글로벌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동맹국들 간의 관계 재편도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 CNN 방송은 이러한 움직임이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재고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미국이 아시아 동맹국들과 비즈니스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중국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미국은 작년 10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철강·알루미늄에 부과된 미-EU 관세 분쟁을 해소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5~2017년 미국으로부터 철강 완제품 평균 물량의 70%로 수출량을 제한 조치를 받았다. 이로 인해 당시 연 383만 톤이던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 물량이 200만 톤으로 대폭 축소 됐다.

이에 대해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산업통산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차례로 미국을 방문해 미 USTR 캐서린 타이 대표와 한미 통상장관 회담을 열고 철강 232조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까지 한국과의 관세 협정 개시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일본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는 2018년 3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법안은 수입품이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미국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근거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과잉 생산으로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이 미국 철강 산업에 타격을 입어 안보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판단,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와 알루미늄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수입 제한 조치를 발효한 바 있다.

당시 EU는 미국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미국 수입품 총 28억 유로(약 3조8000억원)에 달하는 보복관세를 부과해 미국과 EU간 무역마찰을 초래했다.

그 후 미국과 EU는 협상을 통해 지난해 10월 EU에 대한 추가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했고, EU 역시 미국에 내려졌던 보복관세를 폐지하고 무역 마찰을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모색하며 양 당사자간 진전을 보여왔다.

NHK는 당시 일본은 EU처럼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으나 미국은 현재까지도 일본에 추가 관세를 부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일본산 철강 제품의 대미 수출량은 총 72만톤으로 2017년 173만톤에 비해 60% 감소한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철강 제품에 대한 수요 감소도 더해졌다.

일본 NHK 방송은 일본이 앞으로도 일본에 부과된 추가 관세를 철회하기 위해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히가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 산업상은 “미국을 상대로 일본의 입장(철강관세 완전 철폐와 알루미늄 관세 철폐)을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일본은 EU 협상안과 다르게 적용된 탄소 강도 측정 방식을 놓고 유리한 교역 조건을 갖추기 위해 미국과 추가 협의를 할 방침이다.

<로이터 제공>